카드사 정보유출 사태가 두 달을 넘기며 잠잠해졌다. 여기저기 예상치 못한 불길로 확산되며 들끓었던 여론은 이제 수그러졌다. 그러나 아직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이 있다. 정보유출 후속조치로 텔레마케팅(TM)이 중단되며 2월 한 달 간 할 일을 잃었던 텔레마케터들이다.
11일 라이나 생명 비전속 텔레마케터들은 사측의 임금 지불 방식에 항의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2월간 교육명목으로 회사에 출근했고 이 기간에 대한 임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회사에서 3~5월 간 실적에 연동해 나눠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때문이다.
회사 측은 소득보전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지 실제로 달라진 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월 월급'을 6월에야 최종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소식에 이 회사 텔레마케터들은 당황했다. 5월 이전에 그만둘 경우 2월분 급여를 전부 받을 수 없는 복잡한 지급방식 구조는 이들의 예상과 달랐다. 텔레마케터들 사이에선 3개월 후에 정말 지급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회사 측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 라이나는 TM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보험사여서 텔레마케터도 그만큼 많고 보전해야 할 비용부담이 다른 곳보다 크다. 게다가 비(非) 전속 텔레마케터이기 때문에 소득을 보전해 줄 법적인 의무도 없다. 회사는 '공식적으로' 텔레마케터들에게 임금을 어떤 식으로 보전해주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측은 텔레마케터들이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자 보험업법까지 제시하며 "대리점 소속 직원들에게 성과 없이 임금을 지원할 경우 대리점 부당지원에 저촉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텔레마케터들에게 '주고 싶어도 못 준다'는 회사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들릴지는 미지수다.
이 회사 텔레마케터들은 영업정지가 됐던 한 달 동안 회사 분위기가 놀라우리만큼 침착했다고 전했다. 텔레마케터들 사이에서 회사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어떻게든 노력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 암묵적인 신뢰 덕분에 TM 조직은 한 달 간 동요 없이 버텼다. 그러던 '믿음'이 소득 보전 방식을 결정하며 깨진 것이다.
이번 상황은 금융당국이 텔레마케팅을 전면 금지하면서부터 예고됐던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텔레마케터들의 임금은 성과급으로 책정되는 데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업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텔레마케터들은 여전히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보유출 사태 후폭풍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