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가족의 좌충우돌 재테크] 경직된 카드 발급기준

직장인인 나신상씨는 얼마 전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려다 거절 당했다. 연봉 4000만원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다 신용등급도 2등급으로 좋은 편이었지만 카드사로부터 신용카드 발급을 퇴짜 맞았다. "10여년 전에는 대학생한테도 경쟁적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해주더니". 마침 신용카드가 반드시 필요했던 나신상씨는 언짢은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카드사들이 나신상씨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해주지 않았던 이유는 지난해 초부터 적용되고 있는 '신용카드 발급 및 이용한도 합리화 대책'의 결과다. 금융당국은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하기 위해 한층 강화된 신용카드 발급 기준을 마련했다. 모범규준이라는 점에서 카드사들이 법적으로 지켜야 할 의무는 없지만 '정책지도'라는 측면에서 모든 카드사들에서 적용하고 있다.
모범규준 내용의 핵심은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신용카드를 발급해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에게는 신용카드 발급이 제한된다. 월 가처분소득도 50만원을 넘겨야 한다. 가처분소득은 연소득에서 연간 채무원리금상환액을 뺀 금액이다. 소득에서 빚을 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문제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때 기준으로 삼는 가처분소득이 정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카드사들은 신용정보회사로부터 각 개인별 소득을 제공받는다. 이는 추정소득이다. 각 회원들의 직장정보와 나이, 성별 등을 감안해 평균적인 소득을 계산하게 된다. 실제소득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채무원리금상환액 역시 부채의 상환기간과 이자율을 대출받은 금융사에 따라 일괄적으로 정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제 월 가처분소득이 50만원을 넘더라도 카드사에서 계산하는 가처분소득은 50만원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 특히 직장정보가 불명확하거나 주택담보대출, 학자금대출 등을 받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지난해 류현진 선수가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신용카드 발급을 거절당한 일이 대표적이다. 신분이 보장된 고위공무원 중 일부도 신용카드 발급을 거절당했다.
이처럼 경직된 신용카드 발급기준 탓에 카드사들은 숱한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신용카드 발급을 거절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결국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에 신용카드 발급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며 규제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실제로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카드사 등 제2금융권 실무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관련 요구가 쏟아졌다.
금융당국도 카드사들의 이 같은 요구에 어느 정도 수긍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모범규준 자체를 손질하거나 가처분소득 산정 방식을 바꾸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신용카드 발급 모범규준이 소비자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이러한 바탕에서 규제 완화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