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적인 내용 말고 확실한 세부 내용이 나와야 알 것 같아요. 그 전에도 '서류 규제'가 문제가 됐던 건 아니잖아요. '구두 규제'가 정말 사라질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지난 15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보험 분야 규제 개혁방안에 대해 한 보험사 임원은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당국은 이번 개혁방안을 위해 수개월 전부터 숨은 규제에 대해 밑바닥부터 샅샅이 훑었다. 정작 보험업권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선언적인 규제완화 보다는 그림자 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당국의 '태도' 변화가 먼저라는 지적이다.
이번 개혁방안에서 보험가격 결정 시 중요한 잣대가 되는 '공시이율'과 '표준이율'에 대해 보험사의 자율권을 확대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보험가격 자율화는 14년 전(2000년) 도입됐지만 사실상 '그림자 규제'를 통해 가격이 통제됐다.
금리 연동형 상품에 적용되는 공시이율의 경우 보험사 나름대로 조정할 수 있는 밴드를 종전보다 2배 확대했다. 또 보장성 보험과 관련있는 표준이율도 시중금리에 유연하게 연동토록 했다. 결과적으로 '역마진'으로 경영난을 고민하는 보험사가 보험료를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생김 셈이다.
오랜 숙원이 풀렸는데도 보험업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획기적인 자율화라기보다는 보험가격을 약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만 확대한 것"이라고 의미를 좁혔다. 가격조정권은 확대됐지만 저축성보험의 사업비를 크게 줄여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고객이 보험계약 해지 시 종전보다 환급률을 높여야 하는 새 규제도 생겼다.
보험사가 설령 보험료를 올리더라도 사업비 수익이 줄기 때문에 "결국 그게 그거"라고 실망한 이유가 여기 있다. 나아가 유배당상품 활성화 방안, 장수채권·온라인보험 슈퍼마켓 도입 등은 실효성이 떨어져 '생색내기'용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사 경영자율성과 소비자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당국 입장에서 고심한 흔적은 역력하다. 단 '생보사 빅3'가 직원 10명 중 1명을 감원했고, 생보사 초회보험료(올 4월까지)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넘게(56.18%) 급감할 정도로 보험사가 처한 현실은 혹독하다. '그림자 규제' 철폐를 통한 보험사 경영안정이란 당초 취지를 살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