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감원, 신문에 안나오려면…

[기자수첩]금감원, 신문에 안나오려면…

박종진 기자
2014.09.30 18:10

금융감독원을 4년간 출입했지만 여전히 듣는 물음이 있다. '신문에 금감원이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느냐'는 의문이다. 이런 질문은 다름 아닌 감독원 내부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

많이 나오기는 정말 많이 나온다. 지난 수년간만 돌아봐도 저축은행 사태, 동양그룹 사태, 정보유출 사태 등 온갖 사태가 터졌다. 모든 중앙일간지 1면을 일주일 이상씩 연속으로 장식하는 일도 더러 있었다. 출입기자로서는 일복이 터진 노릇이지만 분명 정상은 아니다.

이유를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실제 금융사고가 많기도 했고 시장 자율보다는 관치의 영향이 강한 한국적 특성도 작용했다.

사실 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금융감독당국이 언론 전면에 자주 등장하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언론에 나오는 게 문제는 아니다. 본연의 업무, 즉 금융기관을 감독하고 검사하는 일에만 충실하면 된다.

그런데 언론 노출에 익숙해지면 자의든 타의든 외부시선과 평가에 휘둘리기 쉽다.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자칫 본질적 영역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미지를 활용해 정권과 코드를 맞추려는 의도가 있다면 이런 영향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집권자의 정책 의지에 공적 기관이 보조를 맞추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어디까지 나갈지, 어느 부분까지 바꿀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자기검증은 꼭 필요하다.

최근 대통령이 '보신주의'를 지적하고 '경제 살리기'에 드라이브를 걸자 금융기관 검사와 제재 방안 혁신을 발표했다. 불과 수개월 전 금융사고 근절을 외치며 기획검사국을 설치하는 등 대대적인 검사강화를 내세울 때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물론 형식적 검사 탈피, 무리한 자료요구 개선 등 혁신의 취지와 방향은 수긍할만하다. 그러나 외부의 힘에 뭔가 쏠려간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시장친화란 명분으로 거의 모든 금감원 부서에 '감독'과 '검사' 대신 '서비스'란 명칭을 붙였던 적이 있었다. 덕분에 금감원 출입을 시작할 때 '보험업서비스본부', '은행서비스총괄국'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몰라 한참 고민했다.

금감원은 금감원다워야 한다. 누가 뭐라고 떠들든 소비자를 위한 건전성 감독과 검사 기능이 핵심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 믿음은 본연의 임무수행에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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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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