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서울대 교수 "통일대박론, 아쉬운 세 가지는..."

김병연 서울대 교수 "통일대박론, 아쉬운 세 가지는..."

권다희 기자
2014.10.24 07:30

[피플]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연설 후 정부 부처와 각 산하기관에 통일 자문기구가 연달아 세워졌다. 그리고 올 들어 세워진 통일 연구 자문단 명단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다.

◇아직 미약한 통일연구..인력 풀 강화돼야

22일 만난 김병연 교수는 명실상부 '준비된' 통일 경제 연구자다.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외교부 자체평가위원이고 올해 발족한 통일준비위원회의 전문위원이다. 금융위원회 통일금융 테스크포스, 전경련 통일경제위원회, 중소기업중앙회 통일경제준비위원회 등 올해 만들어졌거나 만들어질 예정인 각종 통일 관련 위원회의 섭외 0순위기도 하다. 통일 준비를 위한 조언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를만큼 김병연 교수는 북한 경제 연구에서 독보적인 학자다.

그가 북한과 경제체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하면서다. 80년대에 학부생이었던 그는 당시의 캠퍼스 분위기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체제'에 관심을 뒀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중 어떤 체제가 존속 가능할지에 학문적인 관심을 품었고, 이 연구는 평생으로 이어졌다. 마침 김 교수가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1991년은 고르바초프가 실각하고 옐친이 집권하기 직전인 소련의 체제이행기였다. 그의 박사 논문은 1965년부터 1989년까지 자료를 토대로 소련 경제가 어떻게, 왜 붕괴했는지를 다뤘다.

2003년 북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어 영국에서 귀국한 그는 국내 북한 경제 연구 실정에 놀라기도 했다. 중요도에 비해 북한에 대한 연구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간간이 있는 연구들은 원론적이고 상식적인 접근에 불과했다. 상황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학자가 1000명이라면 이 중 북한경제를 연구하는 건 10명이 채 안된다.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수 있을만큼의 연구역량을 갖춘 이들은 2~3명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앞으로 북한 경제 쇼크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생각한다면 전체 학자 풀에서 북한경제 전문가 비중이 10%는 돼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북한연구는 북한정책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좋은 연구는 기초연구가 밑을 받쳐주고 꼭지점에 정책연구가 있어야 하는데, 북한연구의 경우 기초연구는 아주 빈약하고 정책연구 수요는 많은 역피라미드 구조다. 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일 정책이 달라지는 일관성의 결여도 학문적 토대가 얕은 점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짧게는 5년, 통일문제 곧 닥칠수도...北에 가장 위협적인 리스크는 中

늦은 감이 있지만 '통일대박론'이란 대중적인 수사를 통해 통일에 관심이 모아진 건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김 교수는 통일이 가시화되는, 더 정확히는 북한 체제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시점이 빠르면 5년 길어지면 20년 후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북한에선 엄격한 정치적 통제 속에 불만이 잠재화되고 있고, 이 불만이 어떤 정치적 계기로 폭발 할 수 있다. 정치적 사건은 랜덤하게 일어나니 시점을 전망하긴 어렵다. 다만 빠르면 5년안에 이런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소련의 경우를 본다면, 국민들이 사회주의에 대한 실망을 느끼고 시장이 들어온 후 실제 체제 이행이 발생하기까지 2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는 점에서 이 시기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북한경제는 외부에서 돈을 벌어 내부를 먹여 살리는 구조다. 지하자원을 팔아서 식량을 사온다. 그래서 개방도가 높다. 북한의 교역의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이다. 지금 시장은 북한 주민의 생명줄이고 무역은 북하 정권의 생명줄이다. 북한은 정책으론 극단적인 사회주의인데, 경제적으론 무역과 시장이 핵심이다. 양립할 수 없는 구조다.

김 교수는 북한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로 장성택 사건을 꼽았다. 장성택 사건의 본질은 무역권을 독점한 장성택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라는 것. 예전 북한의 권력다툼은 돈과 관련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엘리트들의 권력 투쟁에 이권투쟁이 개입돼 예전보다 변동성이 심한 구조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자본주의적 사고가 확산되고 엘리트들의 다툼이 격렬해지면 체제 변동성이 커진다. 무역, 시장이 들어와서 북한 경제가 안정화된 측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북한 체제의 변동성을 증가시킨 측면이 있다. 북한이 이대로 계속 가기 어려운 배경이다.

김 교수는 이 과정에서 북한에 가장 큰 리스크가 중국 리스크라고 지목했다. 북이 중국에 수출하는 대부분이 지하자원인데, 중국 경기가 하강하면서 북한 지하자원 수요가 줄고 있다. 최근 북 실세 3명의 남한 방문도 이런 리스크가 가시화된 사건이다. 중국 수요 위축으로 경제적 상황이 절박해진 북한이 한국을 통해 난관을 타개하려고 했다는 것.

◇통일 대박론, 아쉬운 세 가지는...

다만 김 교수는 통일대박론에서 남한의 경제적 편익만이 중점적으로 부각된 데는 아쉬움을 표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세 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했다.

우선 통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경제적 문제보다도 국민적 공감이란 점이다. 그는 "통일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돈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어떤식의 사회를 원하는지 북한 주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라고 말했다. 아직 북한 문제를 두고서 남남 갈등이 심한 건 그만큼 국민적 공감이 덜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 통일에 따른 남한의 편익 뿐 아니라 북한쪽의 편익도 강조돼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적으로, 통일이 남한에게 대박이라면 북한엔 이보다 더 할 수 없는 이득이 된다. 이 점을 부각해 북한 스스로가 체제변화를 원하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통일대박이 가능하려면 '점진적 통합 후 통일'이 전제 돼야 한다는 점이 더 충분히 강조돼야 한다고 밝혔다. 만약 북한 체제가 급작스럽게 붕괴하고, 통일 후 통합과정을 겪어야 하는 흡수 통일이 발생한다면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우리란 주장이다. 김 교수는 "우리 입장에서 급진적 통일은 대비해야 하지만 추구할 순 없다"고 말했다.

통일 대박론이 점진적 통합 후 통일을 전제로 하고, 이 점진적 통합은 북한이 스스로 체제 이행을 택하는 시나리오 하에서 가능하지만 이런 상황이 현실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은 딜레마다. 따라서 우리쪽에서 할 수 있는 건 북한이 스스로 체제를 변화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다. 노력의 첫 단추는 경제적 교류다. 상품 교역, 북한 지하자원 공동 관리, 특구 투자 등 자본 이동 단계를 거쳐 그 다음으로 정책 공조가 돼야 한다.

그리고 이 경제적 교류의 활로를 민간부문 협력에서 찾아야 한다는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민간이 훨씬 창의적으로 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개성공단이 보이는 큰 구멍이라면 민간이 뚫는 더 효율적으로 작은 구멍으로 북한 사회가 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도지원은 상시적으로 하고 민간경협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풀어줘야 한다는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민간에서부터 쌓아 올라가면서 점진적으로 한국 자본이 들어가고 특구 개발, 인프라 건설로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인프라 개발 까지 가는 과정에 북한의 체제 이행이 병렬적으로 따라가는 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개인적으로 그는 올해 들어 시간 관리가 고민이다. 올해 들어 통일이 화두로 부상하면서 교수로서 연구, 교육, 사회 기여 중 사회 기여에 들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연구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그는 "전공분야 특성상 사회기여를 무시할 수 없지만 가능하면 기초적 연구를 해서 다른 분들이 이를 기초로 정책연구를 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하는게 제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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