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감원장과 생보사CEO의 어색한 '건배'

[기자수첩]금감원장과 생보사CEO의 어색한 '건배'

권화순 기자
2014.11.10 14:48

"(정부를 상대로)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보험사 권리지만, 금감원은 당초 방침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지도할 겁니다."

최수현 금감원장이 '작심' 발언을 했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금감원장 초청 보험사 CEO세미나'에서였다. 이 자리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사장이 각각 18명, 16명 총출동했다.

최 원장은 예정보다 1시간 늦은 7시30분에 도착했다. 저녁 끼니를 거른 보험사 사장들은 내심 '짧은 말씀'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를 저버리고 8시30분까지 금감원장의 발언은 쏟아졌다. 사장들은 굶주린 채로 끝까지 금감원장의 말씀(?)을 경청했다.

이날 이슈는 단연 '자살보험금'이었다. 최 원장은 '자살관련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PPT(파워포인트)를 미리 준비해 왔고, 복잡한 상품 구조에 대해서도 막힘없이 설명했다.

생보사들은 2010년 4월까지 자살을 재해사망으로 보고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 상품을 주계약 혹은 특약 형태로 판매했다. 재해로 인한 보험금은 일반 사망보다 보험금이 2배가량 많다. 생보사들은 뒤늦게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 단순 약관실수"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최 원장은 "2001년 이후 상품을 팔면서 민원이 발생하고 분쟁도 계속 생겼다. 법원 판결도 왔다 갔다 했다. 그랬으면 한번쯤은 이 상품을 계속 팔 것인지 고민을 했어야 했는데 계속 GO(고)를 했다"고 질타했다.

이 '작심 발언'에 앞줄 왼쪽 테이블에 앉았던 정문국 ING생명 사장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었다. 바로 이날 오후 ING생명은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결정했다고 밝힌 탓이다. 금감원 제재에 '불복'한 셈이다.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며 채무부존재소송을 제기한 10개 생보사 사장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소비자와 약속을 저버린 보험사도 문제지만 금감원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 원장이 "보험 상품이든 제도든 하나하나 사회적·경제적 효과를 분석하고 예상하는 게 감독원의 일이다. 시장(보험사)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금감원장의 발표가 끝난 뒤 한 인사는 "시의적절한 지적"이라면서 와인 잔을 들고 건배 제의를 했지만, 참석자 절반은 이미 표정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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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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