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20년 후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를 상상하며

[기고]20년 후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를 상상하며

임병철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 소장
2014.12.05 07:30
임병철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 소장(상무)./사진제공=신한금융
임병철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 소장(상무)./사진제공=신한금융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도 벌써 6년이 지났다. 사상 초유의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파고를 넘기 위해 지난 6년 동안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책대응이 있어왔다. 그 중 일부 국가는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한 것으로 평가되는 반면, 몇몇 국가들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장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기업들의 투자는 여전히 부진하고 중국의 경기둔화로 믿었던 수출마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는데 주요 선진국의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가장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한 것으로 평가되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위기 초반 재정절벽과 양적완화 등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매끄럽지 못한 면이 있었지만 일관된 정책대응을 지속해왔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리먼 사태 이후 위기확산을 막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구제 금융을 투입하는 한편, 3차례에 걸쳐 대규모 양적완화를 시행해 시장에 돈을 풀었다. 위기 직후 제로금리로 끌어내린 기준금리 수준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반면 유로존과 일본은 어떠한가? 유로존은 2008년 금융위기와 2010년 취약국의 재정위기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구제금융 및 통화완화 규모가 충분치 않았고, 2011년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일관성 있는 정책기조도 유지하지 못했다. 또한 유로존 내 국가 간 견해 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어 최근 유럽중앙은행의 추가적인 통화완화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은 실정이다. 일본은 2012년 말 아베 총리 취임 이후 규모, 일관성,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 등에서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지만 올해 4월 소비세율을 인상하면서 급격한 소비심리 위축과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등이 나타나면서 정책 일관성에 대한 기대가 흔들리고 있다.

미시적인 측면에서도 이들 두 국가군의 상황은 차이는 명확하다. 거시정책이 일관성 있고 과감하게 진행되더라도 경제가 역동적이고 혁신적이지 않으면 정책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미국에는 혁신과 창업의 역동적인 환경에서 많은 기업이 빠르게 등장하고 사라지는 치열한 경쟁이 존재한다. 이러한 토대가 갖춰졌기에 애플, 구글, 페이스북, 인텔, 시스코 같은 글로벌 IT(정보기술) 대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창업, 성장, 회수, 재투자 또는 재도전의 미국 기업 생태계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반면 일본은 경쟁력이 떨어진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또 기존의 양적성장과 하드웨어에 치중된 경영전략을 고수하면서 성장성이 높은 IT 분야에서도 미국은 물론 한국에도 뒤처지고 있다. 일본 경제의 역동성 및 성장성이 둔화되고 일본기업이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투자를 확대하면서 막대한 거시정책의 효과도 반감되고 있다.

이제 다시 우리의 상황을 돌아보자. 여기저기에서 한국 경제의 장기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골든타임이 남아있다. 그런 점에서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지난해 정부가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발표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국제통화기금과 경제협력개발기로부터 주요 20개국(G20) 회원국들의 성장전략 가운데 우리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중요한 건 일관된 실행과 의지다.

선진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기존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1930년대 대공황이 그랬던 것처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의 상황은 우리가 배웠던 경제학 교과서의 수정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다.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정책들을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일관되게 추진해 '만성적인 수요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거시정책과,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경제를 위한 미시정책의 모범 사례로서 대한민국이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에 등장하게 될 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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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훈 정책사회부 부장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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