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일자리 위협" 집단반발,1일부터 서명운동..정치권도 가세, 정치권·정부·업계 격돌
금융위원회가 금융 복합점포에서 보험상품 판매 허용을 검토 중인 가운데 수십만명의 보험설계사들이 집단반발하고 나섰다. 설계사들은 "일자리 위협"을 주장하며 6월 중순까지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정치권까지 가세,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정치권·금융당국·보험사 및 설계사의 격돌이 예상된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대리점협회는 1일부터 설계사 100인 이상 대리점 소속 설계사를 대상으로 복합점포 반대 서명 운동을 시작한다. 서명운동에 참여할 200여개로 소속 설계사만 10만명에 달한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전속설계사들도 반대서명에 참여한다. 전속 설계사는 30만명에 육박한다.
반면 복합점포로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은행계 보험사는 동참하지 않는다. 농협생명·손보, 신한생명, KB생명, LIG손보 등은 한발 물러섰다. 상장을 앞둔 미래에셋생명과 중국 안방보험 인수승인을 기다리는동양생명(8,310원 ▲40 +0.48%)도 미묘한 입장차로 발을 뺏다.
설계사들은 지난 2004년 방카슈랑스 반대 때와 마찬가지로 '생존권 위협'을 주장하고 있다. 은행 중심의 복합점포에서 보험을 팔면 설계사 수입이 줄 수밖에 없고, 결국 일자리마저 잃을 것이란 논리다.
대리점협회 관계자는 "은행 지주사 보험수수료 수입을 더 늘려 주겠다고 '약자'인 설계사 밥그릇을 빼앗는 격"이라며 "지난해 기준으로 6대 은행의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입은 4400억원으로 은행의 전체 수수료의 12%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복합점포를 통해 은행계 지주사의 수수료 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설계사들은 어려움에 처할 것이란 설명이다.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전업계 보험사도 반발하고 있다. 복합점포 허용은 '방카슈랑스 25%룰'을 깨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한 은행에서 한 보험사 상품 판매 실적이 전체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방카룰'을 적용했는데, 복합점포에 들어간 은행계 보험사는 이와 무관하게 자사 상품을 100%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같은 계열 보험을 직접 파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은행창구에 온 고객에게 계열사 보험 가입을 유도할 거란 얘기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가장 큰 수혜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몸 담았던 농협지주 계열의 농협생명·손보"라면서 "이들 보험사는 방카룰 25% 적용을 2016년까지 유예 받았는데, 복합점포가 허용되면 무기한 유예 받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금융위도 '방카룰 25%' 실효성 논란에 고민 중이다. 일각에선 복합점포 안에 계열 보험사 뿐 아니라 다른 보험사를 입점 시키면 방카 25%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보험의 은행 예속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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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예한 논란 속에 금융위는 공청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대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16일 '바람직한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 마련 정책세미나'를 개최한다. 신 의원실 관계자는 "복합점포에 보험을 허용하는 것은 수십만 설계사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은행계 지주사에 수수료 수입을 몰아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복합점포란?
은행, 증권, 보험 등 다른 업종이 함께 입주해 고객에게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점포다. 올 초 은행과 증권에 우선 허용됐으며 금융당국은 고객 편의를 위해 보험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