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銀 '플랫폼' 원뱅크, 우리銀 '콘텐츠' 위비뱅크 선봬…부산銀 "롯데와 인터넷銀 신청"

정부의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방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은행권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과 정부가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이 인터넷 전문은행 추진에 가장 적극적인 반면 신한·국민·하나·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규제 완화의 추이와 시장 변화를 보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일찌감치 '인터넷 전문은행' 추진을 염두에 두고 준비 작업에 나서고 있다. 다만 방법론에서 기업은행은 '플랫폼' 구축에, 우리은행은 '콘텐츠' 선점에 주안점을 두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우선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지난해 말 "제도가 정비되는 대로 인터넷 전문은행을 자회사로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플랫폼을 선보였다. 18일 금융위원회의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방안 발표에 맞춰 출시한 모바일 통합플랫폼 'i-ONE뱅크'(원뱅크)는 향후 구축할 인터넷 전문은행의 '미리보기'라는 자평이다.
앱 하나로 기업은행의 예·적금과 펀드·대출 등 200여개 금융상품을 연중 24시간 가입할 수 있고, 인터넷 전문은행의 핵심 상품군인 외환·송금·자산관리·지급결제 서비스는 물론 앞으로 선보일 신용대출 등 새로운 서비스도 탑재할 수 있는 확장형 플랫폼 구조로 설계됐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담길 '그릇'을 미리 선보인 셈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지난해 말 취임과 동시에 "연내에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은행의 핀테크 TFT 안에 우리금융연구소와 우리카드 등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추진부서를 꾸리고, 본격적으로 뛰어들 태세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달 26일 중금리 신용대출 판매하는 삼는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를 출범시켰다. 신용대출이 향후 인터넷 전문은행의 주력 상품군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본격 추진에 앞서 고객을 선점하고 운영 경험을 확보하기 위한 모델이다. 기업은행이 '그릇'을 만드는데 집중했다면, 우리은행은 담길 '음식'을 내놓으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속도를 내는 우리·기업은행과 달리 다른 시중은행들은 신중한 표정이다. 은행 또는 금융그룹 차원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전담 조직을 꾸렸지만, 주요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확정하거나 뚜렷한 추진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금산분리를 비롯한 규제 변화에 따라 추진의 속도와 방향 모두 급변할 수 있는 만큼, 인가 매뉴얼이 발표되는 오는 7월 이후로 결정을 미루고 있다.
우선 신한은행은 신한금융그룹을 중심으로 인터넷 전문 은행 설립을 위한 TF팀을 꾸리고 논의 중이다. 한 관계자는 "BNP파리바의 다국적 인터넷뱅킹 시스템인 헬로뱅크를 벤치마킹해, 이를 국내에 적용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헬로뱅크는 소셜네트워크에 특화된 100% 디지털모바일뱅크로 간편한 비대면 계좌개설, 계좌번호를 휴대폰번호나 QR코드로 대체해 간편송금, 온라인구매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독자들의 PICK!
NH농협은행은 "타 은행들의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밑그림은 엄밀히 말하면 '스마트금융센터'를 좀 더 확장시킨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금융당국의 도입 방안을 추가로 분석해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의 사업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물론 최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도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최근 하나·외환은행의 통합 갈등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이슈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지만, 금융당국의 정책이 발표된 만큼 조만간 인터넷 전문은행 참여 여부를 결론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지방은행 중에선 부산은행의 행보가 눈에 띈다.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롯데그룹이 지분을 최대 4% 보유한 형태의 인터넷전문은행 인·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부산은행의 모회사인 BNK그룹의 대주주다. 금산분리에 따라 현재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최대 지분율인 4% 이내에서 롯데그룹이 지분투자 형태로 인터넷은행에 참여한다는 것.
이를 위해 부산은행은 2주 전 인터넷 전문은행 신청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꾸리고 외부컨설팅을 받고 있다. 준비를 거쳐 9월 금융당국에 예비 인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