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최근 '합의권고'..갑상선 전이암도 일반암 기준 지급키로..병원마다 엇갈린 C77 코드부여 방식 개선해야 근본해결

갑상선 전이암에 대해 보험금을 20%만 지급했던 보험사들이 금융감독원의 권고에 따라 전액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06~2011년 사이에 암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갑상선암이 림프절로 전이되는 경우 종전에는 소액암 기준 600만원만 받았지만 앞으로는 일반암 기준 3000만원을 다 받을 수 있게 됐다.▷관련기사: '약관논란' 암보험금 덜 주고도 쉬쉬한 보험사, [단독]암보험금 80% 덜 준 보험사들, 제2 자살보험금 비화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동부화재·현대해상·한화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롯데손해보험·흥국화재 등 대부분의 손해보험사가 갑상선암이 림프절로 전이됐을 때 보험금을 일반암 기준으로 전액 지급하기로 최근 가닥을 잡았다.
2006년부터 2011년 사이에 판매된 암보험 약관에는 갑상선암이 림프절로 전이될 경우 보험금 지급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보험사들은 갑상선암 기준으로 보험금을 20%만 줘왔다. 이 기간에 판매된 암보험 계약건수는 8개 손보사만 791만여건에 달한다. 갑상선 전이암으로 수술을 받은 가입자는 나머지 80%의 보험금도 달라며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도 36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보험 가입자와 대규모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보험사들이 보험금 전액 지급을 결정한 것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실의 합의권고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최근 “2심 판례에 따라 갑상선 전이암에 대해서도 일반암 기준으로 보험금을 전액 지급하라”고 권고했고 보험사들이 사실상 ‘백기투항’한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련 분쟁이 잇따르고 있어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었다”며 “대법원 판결이 없더라도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최대한 고려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다만 허위청구를 막기 위해 보험사가 희망할 경우 암수술을 받은 병원이 아닌 제3의 병원(대학병원 이상)에서 전이암 진위 여부를 재검증하도록 했다.
갑상선 전이암에 대해서도 일반암에 준해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보험사별로는 최대 100억원 이상의 보험금을 추가 지급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보험사는 이달부터 재청구가 들어오면 보험금을 추가 지급하고 있다. 갑상선 전이암에 대한 보험금 지급 기준이 모호한 암보험 계약이 791만건에 달해 앞으로 보험사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갑상선암은 암 발병률 1위인데 완치율은 100%에 가까워 보험사들은 2006년부터 갑상선암에 대해 보험금을 20%만 지급해 왔다. 문제는 갑상선암에 걸린 환자 10명 중 7명은 림프절로 전이되는데 병·의원에서 림프절암에 갑상선암 코드(C73)와 별개로 C77 코드를 부여하면서 시작됐다. C77 코드는 일반암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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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관계자는 “2심 판례와 금감원의 권고에 따라 보험금을 다 지급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의학계에서도 갑상선암과 림프절 전이암은 사실상 동일한 암으로 보고 있다”며 “보험사들도 같은 암으로 보고 보험료를 책정할 때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일부 병원은 림프절 전이암이 사실상 갑상선암이라며 C73 코드만 부여한다. 다만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두 코드를 함께 적도록 돼 있다 보니 병원들이 관례적으로 두 코드를 병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병·의원이나 보험가입자는 갑상선암이 전이되지 않았는데도 추가 보험금을 노리고 C77 코드를 허위로 기재해 보험사기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보험사가 전액 지급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아 논란거리를 아예 없애든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코드 부여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코드 부여 방식을 바꾸려면 통계청이 WHO(세계보건기구)에 변경 신청을 해야 하는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