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예가람, 올해 가계대출 순증 0원
가계대출 지나치게 많이 늘려, HB도 100% 이상 증가
지난해 겨우 흑자 전환… "내실에 집중할 것"

태광그룹 계열의 고려·예가람 저축은행이 올해 가계대출 영업에 큰 차질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가계대출을 너무 많이 취급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올해는 아예 늘리지 말라는 지시를 받아서다. 양사는 건설업과 부동산 PF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상황이라 이번 규제가 더 타격이 크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려·예가람저축은행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올해 가계대출 취급 목표치로 '순증 0원'을 부여받았다. 양사는 모두 태광그룹의 저축은행이다. 이호진 전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고려저축은행을 지배하며, 고려저축은행이 예가람저축은행 지분 65% 이상을 보유한 구조로 이뤄졌다.
양사는 지난해 가계대출을 지나치게 늘렸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표적이 된 이유다. 고려저축은행의 지난해 가계대출 잔액은 9020억원이다. 5093억원이었던 전년 대비 3927억원, 약 77.1% 증가했다.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7.6%에서 62.4%로 확대됐다.
지난해 예가람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247억원이다. 2024년 6175억원에서 3072억원 늘었다. 약 49.7% 증가했다. 가계대출 비중은 1년 새 45.8%에서 59%로 커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저축은행 업권에 약 2~7%의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제시했다. 양사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금융당국 지도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태광그룹 계열은 아니지만 지난해 HB저축은행도 전년 대비 103.7% 늘어난 4380억원의 가계대출 잔액을 기록했다. HB저축은행도 올해 가계대출을 아예 늘리지 못한다.
고려·예가람저축은행 지난해 나란히 흑자로 전환했다. 고려저축은행은 2024년 390억원 당기순손실에서 지난해 67억원 순이익으로 전환했다. 예가람저축은행도 2024년 281억원 적자를 냈지만 지난해엔 66억원 당기순이익을 냈다.

두 저축은행의 흑자 전환 배경에는 기업대출 감소와 가계대출 취급 확대가 있다. 고려저축은행은 2023년 기업대출 비중을 54.9%까지 높였다. 이후 건설업 및 부동산 PF 위기가 오면서 연체율이 높아졌고 충당금 적립으로 인한 당기순손실 규모가 커졌다. 현재는 고려저축은행 기업대출 비중이 30%까지 낮아졌다.
예가람저축은행도 2024년 51%에 달했던 기업대출 비중을 지난해 36%까지 낮췄다. 회사의 충당금 적립액은 1년 새 531억원에서 227억원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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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가계대출 '순증 0원' 규제로 양사가 다시 흑자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부동산 등 기업대출로 다시 눈을 돌리기엔 아직 건설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고려저축은행의 건설업 신용 공여액은 238억원으로 많진 않지만 연체율이 54%에 달한다. 예가람저축은행의 부동산·건설업 연체율도 각각 13.1%와 14.7%로 두 자릿수에 달한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이날 '민간 중금리대출의 최대 80%까지 가계대출 총량 관리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관련 분야로 영업을 확대할 여지는 남아있다.
고려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 가이드를 충실히 수행할 예정이며 자산의 성장보다는 내실 강화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