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에 몰리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정부 종합대책 필요하다

2금융권에 몰리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정부 종합대책 필요하다

권화순, 최동수 기자
2017.02.06 05:52

2금융권 생계형 자영업자 대출 '빨간불'...국민 5명 중 1명 자영업자 "종합대책 필요"

자영업자 대출이 600조원을 돌파해 전체 가계대출 1300조원의 절반까지 차올랐다. 자영업자 대출은 아직 연체율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금리 상승과 경기 부진이 맞물리면 부채 부실화의 뇌관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연초부터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미시분석을 시작해 대책을 내놓기로 한 이유다.

자영업자 대출은 접근부터가 복잡하다. '대출'에 방점을 둘지, '자영업자'에 방점을 둘지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대출'을 우선시하면 결국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대출 문턱을 높여야 한다. '자영업자'에 초점을 둔다면 정부 부처간 협의를 통해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 성인 5명 중 1명이 자영업 종사자인 만큼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도 정의도 불분명한 자영업자 대출=자영업자 대출은 줄곧 논란이 되고 있지만 사실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다. 세법에서는 자영업자를 '사업소득자 중 법인이 아닌 개인 사업자'라고 정의했다. 연 매출액이 4000만원이 안되는 치킨집·분식집 등 생계형 자영업자와 변호사·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이 받은 대출이 똑같이 자영업자 대출로 분류된다.

자영업자가 받은 가계대출을 자영업자 대출로 분류할 것인지도 애매하다. 한국은행은 사업자대출을 받지 않는 자영업자의 가계대출은 자영업자 대출 통계에서 제외한다. 하지만 사업자대출을 받지 못한 자영업자가 가계대출로 사업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자영업자 대출이 문제가 되면 결국은 가계대출 부실로 전이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은 자영업자의 가계대출을 미시분석에 반영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미시분석 결과를 토대로 자영업자 대출을 △치킨집, 카페, 분식점 등을 운영하는 생계형 자영업자와 △일정수 이상의 종사자를 고용하는 기업형 자영업자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투자형 자영업자로 분류하고 각각 대응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특히 그동안 통계에 잡히지 않았던 2금융권 생계형 자영업자 대출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대출은 담보도 있고 연체율도 0.35%로 안정적"이라며 "신협, 농협 등 상호금융 가계대출을 받은 생계형 자영업자 대출이 가장 취약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대출 옥죄기 시작되나=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국내 자영업 폐업률 결정요인 분석'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자영업종 폐업 위험도가 70~106%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동종 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음식·숙박업은 폐업 위험도가 106%로 가장 높았다.

시중은행들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올해부터 자영업자 대출을 깐깐하게 심사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지난해에는 기업 구조조정으로 대기업 대출이 막혀 자영업자 대출을 10%가량 늘렸지만 올해는 음식업 등 경기민감업종에 대해 업황과 시장상황까지 반영해 대출 심사를 면밀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치킨집 옆 치킨집'처럼 영세 과밀업종에 대해 신규대출 심사를 강화하도록 했다. 은행권부터 자영업자 특화 대출심사 모델을 만들어 과밀업종에 대해선 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줄이는 식으로 대출을 엄격히 관리해 '묻지마' 창업을 막기로 했다.

문제는 청년들의 구직난이 심해지고 조기퇴직이 늘어나는 경기 불황기에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자영업자들의 생계도 걱정이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 대출은 결국 자영업자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은 사람은 141만명이지만 2015년 통계상 자영업자는 671만명(무급 가족종사자 포함)에 달한다. 개인사업자대출조차 받지 못한 채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자영업이 국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9%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4번째로 높다.

자영업자들의 대출심사를 깐깐하게 하는 것으로 대출 부실화는 막을 수 있을지언정 고용과 생계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영업자 문제는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금융권 대출에 대한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며 "궁극적으로는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가 나서 자영업과 관련해 영업, 경쟁, 전망 등을 포괄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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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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