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종배 성신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이에 대해서는 카드회사, 가맹점, 정부 관계부처, 소비자마다 각각의 입장에 따라 다르고 더 나아가 카드회사간에 있어서도 입장 차이가 있다. 접점을 찾기 쉬웠다면 진작 이 문제는 수면 아래로 사라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살아있고 이에 대한 원만한 해결 또한 요원하다. 물론 카드 생태계의 갈등은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에만 국한되지 않지만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가장 큰 현안이다. 갈등을 만족스럽게 해결할 방안은 과연 없는가.
사람이나 조직은 태생적으로 자신의 생존과 이익을 우선시한다. 사회는 이런 특성을 지닌 여러 주체들이 어우러져 있기에 갈등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갈등의 해법을 찾기 어려운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갈등에 연관된 주체들이 여럿이라는 점, 그리고 각 주체들이 고려하는 변수가 많고 이들 변수간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 등이 해법 도출을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복잡한 관계를 해결할 합리적인 계량적 해법을 찾는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갈등이 봉합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 수식으로부터 도출된 결과치는 하나의 기초 자료에 불과할 뿐이다. 여기에 다시 계량화하기 정말 어려운 질적 변수들이 무수히 가미되게 된다. 조직간 파워와 협상력, 정부의 중장기적 비전, 정치적 셈법 등이 대표적인 질적 변수들이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의 합리적 산정을 위한 계량적 접근 노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요하다. 물론 이에 더해 고려해야 할 질적 변수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들에 대한 포괄적인 해결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관계자 집단 모두는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갈등 해소를 위한 몇가지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신용카드 생태계라는 큰 그림을 염두에 둬야 한다. 생태계 전체의 건전성과 지속성은 어떤 한 주체만의 건전성, 지속성보다 우선시돼야 한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파워가 가장 센 집단과 심판 역할을 하는 권력기관의 역할, 그리고 더 나아가 헌신이 중요하다.
둘째, 더불어 사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규모가 크든 작든 또는 힘이 세든 약하든 관계없이 생태계에 포함된 모든 집단들은 함께 살아간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자세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려면 수많은 말보다 하나의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 누군가 먼저 자신의 의견과 이해를 조금 접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나비효과'는 좋은 감정을 크게 전파시키는 현상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셋째, 게임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제로섬 게임에서 보면 상대는 무한투쟁의 대상이지만 윈윈게임으로 인식을 전환하거나 또는 전체 파이를 키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상대방은 이를 돕는 소중한 파트너로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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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적정 수수료율의 값 또는 이의 산출방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 복잡하고 불편한 사회 현상을 있는 그대로 살펴봄으로써 작금의 녹녹하지 않은 상황을 함께 인식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어떠한 문제든 그 저변의 꼬인 실타래가 갖는 의미를 이해해야 비로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한 갈등을 우리 사회가 슬기롭게 해결한다면, 앞으로 당면하게 될 또 다른 새로운 갈등에 대해서도 현명하게 극복할 강인한 체질과 문화를 갖추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