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소외받는 '금융위'와 도구로 전락한 '금융'

[우보세]소외받는 '금융위'와 도구로 전락한 '금융'

이학렬 기자
2017.06.21 11:19

"금융, 아니 금융위원회가 소외받고 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이유를 묻자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명칭이 '경제정책비서관'으로 바뀌면서 '금융'이 빠지지 않았냐고 한다. 지금까지 금융위원장 후보자를 발표하지 않은 것도 금융위 소외의 이유로 꼽았다.

심지어 언론이 발표하지 않은 장관 후보자를 보도하면서 금융위원장은 언급하지도 않는다며 서운함을 나타냈다. 실제로 지난 17일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이후 언론은 장관 후보자가 정해지지 않은 부처로 법무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3곳만 꼽았다.

그동안 거론된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없는 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이동걸 동국대학교 교수, 심인숙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내정됐다는 소식까지 나왔다. 김 전 위원장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최근에는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이 유력한 후보자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높아진 검증 기준 때문이든 인력의 한계 때문이든 금융위원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금융이 무엇을 실행하기 위한 도구로만 활용되는 '동네북'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6.19 부동산대책'에서 금융회사의 건전성 규제수단인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다시 쓰였다는 점이다.

이번 대책을 관계부처에서 논의하면서 금융위는 LTV와 DTI를 선별적인 지역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LTV·DTI의 선별적인 적용은 정부가 해당 지역의 가계 건전성만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의미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방어할 '사람'이 없었다. 이번 대책을 공동으로 내놓은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금융위 중 장차관(급)이 모두 바뀌지 않은 곳은 금융위가 유일하다.

카드수수료 인하도 금융이 이용당한 예다. 정부는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영세·중소가맹점의 범위를 확대했다. 영세가맹점 기준을 연 매출액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 기준을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넓혀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 숫자를 대폭 늘렸다. 이에대해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며 "선제적으로 자영업자들의 부담 경감을 위한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 기준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의 부담 완화라는 목적을 위해 금융을 희생시킨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도 여러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 금융을 도구로 활용할까 우려하고 있다. 예컨대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금융회사를 이용해 무리하게 대출을 하도록 하는 식이다.

금융도 하나의 산업이다. 그런데 금융산업 자체적인 육성 방안은 새 정부에서 찾아볼 수 없고 온통 금융수수료 인하. 보험료 인하 등 금융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깎으려는 시도 뿐이다. 부동산 대책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도구로 금융이 이용당하다 보면 금융에서 부작용이 나타나 훗날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금융에 대한 새 정부의 인식 제고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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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사회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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