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기부, 대형 손보사 4곳 수리비 부당지급 실태조사

[단독]중기부, 대형 손보사 4곳 수리비 부당지급 실태조사

권화순 기자
2019.03.06 16:23

중기부 '상생법'에 근거해 수리비 '갑질' 조사 시작.. 차보험료 또 오르나

중기벤처부가 대형 손해보험사 4곳에 대해 자동차보험 수리비 부당 지급과 관련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대기업인 자동차보험사가 중소기업인 정비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비수가 협상으로 정비업체와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보험료까지 올린 손보사들은 중기부가 충분한 권한 없이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며 조사를 거부해 파장이 예상된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지난 4일 국내 4대 손보사 중 한 곳인 KB손해보험 본사를 방문해 △거래 정비업체 리스트, △수리비 지급내역, △수리비 삭감 내역, △협력업체 지정 리스트 등 17가지 상세 자료를 요구했다. 중기부는 KB손보를 시작으로 이달 안에 DB손해보험, 현대해상, 삼성화재 등 대형 손보사 4곳에 대해 차례로 실태 조사를 할 계획이다.

중기부가 수리비 부당지급과 관련해 손보사를 직접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보사들은 2017년 기준 지급 보험금(발생손해액) 12조2285억원 가운데 약 2조9000억원을 수리비로 지급했다. 손보사가 정비업체에게 부당하게 수리비를 삭감했는지, 수리비를 일부러 늦게 지급했는지 여부가 이번 조사의 핵심이다.

하지만 KB손보를 비롯해 조사 대상 손보사 모두 중기부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기부가 일부 정비업체의 말만 듣고 보험사가 마치 ‘갑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한 것 같다”며 “정비업체 주장을 다 들어주면 수리비 과다 지급에 따라 2400만명의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보험업계는 중기부가 충분한 법적인 근거 없이 실태조사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손보사들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검사나 관리를 받고 있는데 중기부까지 가세하면 ‘중복’ 규제라는 논리다.

중기부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손보사와 정비업체는 수탁·위탁 거래 관계인 만큼 중기부가 법위반 여부를 조사할 권한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해 연말 수탁·위탁거래 공정화 하위 지침을 새로 만들면서 “정비업체가 차량 수리를 한 다음 보험사로부터 직접 수리비를 지급 받는 경우, 보험사가 차량 수리 범위를 정할 경우 사실상 위탁에 해당한다”고 예시하기도 했다.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사고 시 정비공장에 차 수리를 맡기고 수리비는 대부분 보험금으로 충당한다. 자동차보험은 관행적으로 정비업체가 수리비 내역을 보험사에 보내면 보험사가 손해사정을 통해 수리비가 적정한지 따진 다음 정비업체에 바로 수리비를 지급한다. 수리비 허위·과다 청구로 인한 분쟁이 워낙 많다 보니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기 전 적정성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보험가입자를 거치치 않고 정비업체에 수리비를 바로 지급하는 것은 소비자 편의를 봐주는 차원이고 보험금 지급 대행 성격이라는 게 외부 법률 자문 결과”라며 “이는 일반적인 대기업-중소기업 간 수탁·위탁 거래 관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중기부가 정비업체 입장을 반영해 ‘수리비 갑질’을 지적하고 나서면 결과적으로 수리비 과다 지급에 따라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보험사들의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자동차 정비수가가 수년만에 인상되면서 보험사들은 올해 초 약 3% 가량 보험료를 인상했다.

손보사들이 중기부 조사를 계속 거부할 경우 ‘상생법’에 따라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보험사들은 이번 실태조사가 충분한 법적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는 만큼 과태료 부과시 행정소송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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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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