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분쟁조정, 키코]'불완전판매 없었다'…권고안 수용하면 배임 소지 안하면 금감원·정치권 압박

은행들이 금융감독원의 키코(KIKO) 분쟁에 대한 권고안 발표를 앞두고 숨죽이고 있다.
은행들은 키코 분쟁권고안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 “권고안을 보고 판단하겠다”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보인다. 하지만 은행들의 기본 입장은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나타났다. 은행들은 키코가 사기 상품이 아니고 판매 과정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이 키코 재조사를 시작하자 은행들은 불완전판매는 없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그동안 법적 다툼에서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는 증거 서류도 확보해뒀다. 특히 은행들은 기업별로 판매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구제방안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불완전판매가 전혀 없었던 기업까지 피해를 보상해줄 순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불완전판매로 판단하고 보상하라고 해도 은행들이 이를 수용하는 건 쉽지 않다. 소멸시효가 지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보상을 하면 배임소지가 있다. 법적인 근거가 없으니 은행권에서는 차라리 고발을 하거나 소송을 제기해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근거 없이 보상을 해주는 건 은행 주주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며 배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쟁조정을 신청한 4개 기업만 보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다른 피해기업도 줄줄이 대기중이어서 은행이 물어야 할 보상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소멸시효가 의미가 없어져 과거 불완전판매 우려가 있는 다른 모든 금융 상품에 대해서도 피해가 생기면 은행이 보상해야 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은행들은 권고안을 받아 들이지 않을 경우 금감원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결국은 따를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권고안을 거부했을 때 우려되는 평판 리스크와 정치권의 압박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권고안에 담긴 문구 하나하나를 검토한 뒤에나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