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아시아나항공 매각 성사…KDB생명·대우건설 매각까지 '먼 길'
금호산업은 12일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최종 선정하면서 KDB산업은행(산은)이 악연이었던 금호그룹은 흔적을 지우는 의미가 있다.
물론 산은이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KDB생명, ‘2년 후 매각’을 공언한 대우건설 등 옛 금호그룹 계열사들의 처리가 남아 있지만, 금호그룹의 간판이던 아시아나 매각이 관계정리의 획이 되는 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산은 내부에서 ‘금호와 질긴 인연의 끝이 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은 2006년 대우건설을,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그룹의 덩치를 키웠다. 두 회사 인수에 10조원 이상을 썼다. 재계 7위까지 올라간 것도 이때다. 하지만 이내 유동성 위기가 덮쳤고 2009년 산은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했다. 악연의 시작이었다.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던 박 전 회장은 산은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자 이듬해 다시 회장직에 복귀했다. 그룹 재건을 꿈꾸며 산은과 지속해서 갈등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호타이어다. 산은이 중국 더블스타를 금호타이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금호타이어를 포기할 수 없었던 금호그룹은 우선매수권과 상표권을 고리로 매각을 방해했다. 결국 더블스타 매각은 성사됐지만 한 차례 좌초되며 매각 가격이 2000억원 이상 낮아졌다.
이동걸 현 산은 회장이 취임 2주 뒤 박 전 회장을 만나 “금호타이어 경영에서 손을 떼고 우선매수권도 포기한다”는 약속을 받아내면서 실타래가 풀렸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도 이끌어냈다. 매각에 대한 부정적 전망에도 새 주인 후보를 찾아 9부 능선을 넘겼다.

산은에 남은 금호그룹의 그림자는 KDB생명(옛 금호생명), 금호그룹에 ‘승자의 저주’를 안겼던 대우건설 두 곳이다. 이중 KDB생명은 네 번째 매각 도전에 나선다. 산은은 지난 9월 KDB생명의 공개 매각 절차를 개시했지만, 아직 예비입찰 일정을 확정하지 못할 만큼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달 중 투자의향서(LOI) 접수와 입찰적격자(숏리스트)를 확정하고,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시간표를 짰지만, 인수 후보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포트폴리오에 생보사를 강화해야 하는 우리금융지주·KB금융지주 등이 후보로 거론됐지만 ‘매력을 못 느낀다’는 쪽이다. 일각에선 중국계 자본의 참여도 거론됐지만 구체적인 ‘입질’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금리와 회계제도 변화 등 생보업계 업황이 좋지 않은 영향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서 세 차례 매각에 나섰을 때보다는 KDB생명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등 각종 지표가 좋아졌지만, 인수 후보들은 ‘덩치’ 면에서 더 큰 생보사를 원하고 있다”며 “연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대우건설은 산은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로 이관된 상태다. 지난해 2월 호반건설에 매각을 시도했지만 해외 우발채무로 무산된 만큼, 매각을 서두르기보다는 기업가치를 높여 자연스럽게 매수자가 나타나도록 할 방침이다. 이 회장도 지난달 국감에서 “2년 정도 지나 시기가 좋아지면 기업 가치를 높여 팔겠다”고 말했다. 이전 매각 시도 당시 잠재적 매수자를 다 접촉했던 만큼 단기에 재매각이 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에 CFO(최고재무책임자)와 실무진 등 직원을 보내 조직 내부로부터 대우건설의 체질을 먼저 개선할 방침이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대우건설의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부분,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살필 것”이라며 “잘하는 것 위주로 정리해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