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초안에 있던 '무공해 차량 구매와 임차 지원을 위한 금융서비스'가 정부가 최근 발표한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에서 제외되면서 금융사들이 혼란에 빠졌다. 앞으로 무공해 차량 금융서비스를 위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환경부는 무공해 차량 구매나 리스(대여)를 지원하려는 금융서비스 목적의 채권도 녹색채권으로 인정한다는 구두 해석을 내놓았지만, 금융권은 채권 발행 근거가 되는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24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에 당초 초안에 있던 '무공해 차량 구매와 임차 지원을 위한 금융서비스'가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K-택소노미란 특정 경제활동이 친환경에 해당하는지를 판별하는 기준이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금융시장 화두로 떠오르는 등 친환경 투자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른바 '그린워싱(위장 친환경)'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K-택소노미에 포함되는 활동만 녹색채권으로 인정하겠다는 의도에서다.
환경부는 지난해 K-택소노미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주관하고 10개 부문 87개 경제활동을 K-택소노미에 포함한다는 초안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금융권 녹색분류 대상으로 '무공해 차량 구매, 임차 지원'을 명시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발표한 K-텍소노미 가이드라인에는 무공해 차량 제조와 인프라 구축·운영 등의 활동만 담겼다. 개인이나 기업의 전기차나 수소차 등 무공해 차량 구매나 임차 시 금융권의 대출 등 금융서비스 제공 활동이 친환경 활동에 포함된다는 초안 내용과 차이가 있다.
금융권은 무공해 차량 금융서비스가 예고없이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에서 빠지자 혼란에 빠졌다. 특히 앞으로 무공해 차량 구매/리스 지원 금융상품용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을 발행할 때 녹색채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됐다.
금융사는 녹색채권 분류 자산이 늘면 경영활동이 훨씬 수월해진다. 친환경 사업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지면서 녹색채권을 발행하면 투자자를 쉽게 확보할 수 있고 '그리니엄'(그린과 프리미엄의 합성어로 녹색채권의 금리가 일반 채권보다 낮게 형성되는 현상) 혜택도 누릴 수 있어서다.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이다.
한 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우리보다 환경 규제가 까다로운 EU(유럽연합)가 지난해 발표한 EU택소노미에도 무공해 차량 금융서비스가 포함돼있다"며 "국제사회 기준과 거리가 생기면 친환경 산업 확대는 물론 금융서비스 경쟁력에서도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K-택소노미에서 무공해 차량 금융서비스가 제외되면서 소비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비싼 가격 때문에 무공해 차량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은행 등이 판매하는 친환경차 전용 오토론 등을 사용해왔는데, 앞으로 관련 금융상품이 위축될 수 있어서다.
독자들의 PICK!
환경부는 무공해 차량 관련 금융서비스가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에선 명시적으로 빠졌지만, 초안의 취지는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개인의 무공해 차량 구매나 리스 지원을 위한 금융서비스 목적의 채권도 녹색채권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은 무공해 차량 뿐 아니라 선박이나 기계 등 친환경 관련 전 경제활동을 포괄하는 개념이 담겼다"며 "초안에 별도로 명시했던 무공해 차량 금융서비스 내용도 (녹색채권 발행 근거로) 인정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정부의 구두 해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에 명확한 근거가 명시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이나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사 등이 무공해 차량 금융서비스를 목적으로 녹색채권 발행을 시도한다해도 투자자가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에 내용이 명시적으로 없다고 트집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K-택소노미가 그린워싱을 방지하려고 만든 기준인 만큼, 구두 해석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공해 차량 금융서비스도 K-택소노미에 해당한다고 명문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