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1월 3일부터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에서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책무구조도와 내부통제 관리의무가 시작된다.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은 소관 책무를 기술한 책무구조도를 작성하고 평소에 내부통제 관리조치를 제대로 수행해 금융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책무구조도와 내부통제 관리의무가 현장에 잘 정착할 경우 효과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의 작동을 유도해 금융사고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책무구조도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최근 금융사고를 살펴보면 내부통제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하는 기발한 방법으로 돈을 빼돌리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다. 책무구조도와 내부통제 관리의무의 선제적 금융사고 예방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사적 내부통제 조직문화'의 구축이 선결돼야 한다. 금융회사 임직원의 잘못된 내부통제 인식과 행태에 대한 근본적 변화없이 제도개선이나 사후제재 강화만으로는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모든 임직원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내부통제 조직문화가 스며들 수 있도록 금융회사 차원에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CEO의 확고한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CEO는 내부통제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핵심 인물로, CEO의 의지가 강할수록 조직 전반에 내부통제 조직문화가 자리 잡기 쉽다. CEO는 임직원 누구라도 금융사고의 개연성을 감지할 경우 '스스럼없이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문화(Culture of speaking up)'를 조성해야 한다. 내부고발제도를 활성화해 조직 내부의 위법·부당한 행위를 손쉽게 내부 제보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해야 한다. 내부 제보는 금융사고를 조기에 적발하는 등 금융사고 액수가 금융회사가 파산할 규모까지 확대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적확한 수단이다.
아울러 영업목표 달성을 위해 단기실적만 좋으면 우대받는 성과보상 체계를 고객 이익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단기실적 성과보상 체계는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소홀을 불러온다. 그리고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정기적, 수시적 금융윤리 교육을 진행해 내부통제 조직문화에 관한 인식을 심어야 한다. 나아가 내부통제 조직문화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해 개선점을 찾아내고 반영하기 위한 모니터링·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금융당국도 금융회사들이 내부통제를 조직문화로 체화하기 위한 노력을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조직문화 변화에 따라 금융사고 위험이 줄어든다면 자본비율 산정을 위한 운영위험 가중자산 산출 과정에서 감독상의 유인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홍콩 등 주요국의 금융당국도 재무적 위험 외에도 금융사고나 불완전판매 등 비재무적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위해 조직문화를 진단·분석하는 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전사적 내부통제 조직문화의 구축은 금융사고의 선제적 예방 효과를 제고할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의 건전성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회사와 감독당국의 혁신적 변화를 주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