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전세대출 보증 축소가 반가운 이유

[광화문]전세대출 보증 축소가 반가운 이유

김진형 금융부장
2025.01.14 05:10

# 가계대출이 한국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부상한 이후 가계부채 관리는 역대 금융당국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였다.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대책이 나왔다. 특히 집값과 직접적 연관을 갖는 주택담보대출은 다양한 정책 수단들이 도입됐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낯설었던 이 용어들이 이제는 추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일상화됐다.

하지만 정부가 쉽사리 손대지 못한 대출도 있었다. 전세대출이다. 전세대출을 제한하려던 시도는 '전세는 서민들의 주거 방식', '세입자는 약자'라는 논리에 번번히 막혔다.

2018년 8월 전세대출 보증에 소득기준을 도입하려던 시도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소득 제한이 없던 전세보증 대상을 부부합산 소득 7000만원 이하로 제한키로 했다. 이 방안은 그해 4월 당정이 서민·실수요자 주거안정 금융지원 방안으로 발표한 내용이었다. 세금으로 이뤄지는 보증이니 소득이 낮은 서민들에게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보금자리론 같은 정책 주택담보대출에는 이미 적용하고 있는 기준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그대로 실행되지 못했다. '부부합산 소득 7000만원이 넘는 맞벌이는 전세도 살지 말라는 말이냐'는 반발이 거셌다. 결국 무주택자는 소득에 상관없이 대출해 주고 유주택자의 전세보증 소득기준도 1억원으로 높혔다. 지금은 아예 소득기준도 없어졌다.

이후에도 정부는 고가주택에는 전세보증을 해주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철회했고 전세대출을 DSR에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은 유야무야됐다. 정부가 전세대출에 손대지 못하는 사이 전세대출은 200조원을 넘어섰다. 10년전인 2014년에는 20조원도 안됐던 대출이다.

# 정부가 올해 전세대출의 보증비율을 일괄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세입자(임차인)가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HUG)·서울보증보험 등 3곳 중 한곳의 전세보증을 받는다. 정부는 대출액 100%를 보증하는 HUG와 서울보증의 보증비율을 주택금융공사와 같은 90%로 낮추고 수도권은 90% 밑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시행시기는 올해 1분기다.

보증비율의 조정이 계획대로 시행된다면 그동안 수차례 후퇴했던 전세대출에 대한 사실상 첫 규제 강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증비율 조정이 또 하나의 의미는 규제 방식의 변화다. 지금까지 정부가 시도했던 전세대출 규제는 '자격의 제한'이었다. 소득이 얼마인지, 무주택자인지 다주택자인지, 전셋가격이 얼마인지 등을 기준으로 전세대출 대상자를 갈랐다. 그러다 보니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의 반발이 컸고 여론에 밀려 후퇴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보증비율 조정이 반가운 이유는 이번 조정이 가져올 효과다. 공적기관이 100% 보증하는 전세대출은 은행에게 땅짚고 헤엄치는 장사였다. 보증서만 받으면 돈 떼일 염려가 없으니 무한 대출해도 문제가 없었다. 대출이 쉬우니 세입자는 무리한 대출을 받아 전셋값을 냈고 이는 전셋값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전셋값은 다시 집값을 밀어올렸다. 전세대출을 규제하려고 할 때마다 '전셋값이 집값 올렸냐. 왜 애꿎은 세입자만 힘들게 하느냐'고 반발하지만 전세대출이 전셋값을 올리고, 집값 상승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보고서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100% 보증이 막히면 은행에겐 리스크관리의 부담이 생긴다. 비록 대출금의 10%일 뿐이라도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생겼기 때문이다. 전세대출 심사가 과거보단 깐깐해질 수밖에 없고 대출가능금액, 대출금리도 은행마다 달라질 것이다. 대출관행이 달라지면 이는 전세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물론 실제로 이렇게 흘러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래도 기대는 생겼다. 그래서 반갑다.

김진형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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