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퇴직자·거래처 모든 거래 샅샅이..'이해상충방지' 가이드 나온다

은행 퇴직자·거래처 모든 거래 샅샅이..'이해상충방지' 가이드 나온다

권화순 기자
2025.03.25 12:49

기업은행 퇴직 직원이 7년간 현직 임직원과 공모해 785억원의 부당대출을 받은 사실이 적발된 사건을 계기로 금융당국이 은행의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제도 개선에 나선다.

대주주의 신용공여(대출) 위주로 규율하고 있는 현행 이해상충 방지 규제를 금융회사 임직원과 그 가족, 퇴직자, 거래처 등으로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이들의 신용공여 뿐 아니라 용역거래, 임대계약, 파생거래 등 사실상 모든 거래에 대해 주기적으로 관리·점검하도록 규제를 대폭 강화한다.

금융감독원은 퇴직자가 깊이 관여된 기업은행의 이해관계자 부당거래 사례를 분석한 뒤 오는 6월말까지 금융권 전체에 대해 유사한 이해상충 문제가 없는지 내부통제 실태를 집중 점검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은행이 명확하게 이해관계 거래에 대한 기준, 관리절차를 마련해야 하는데 대부분 윤리규정 등 선언적으로만 규정해 구체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영진이나 이사회에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하는데 당사자의 자발적인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으며, 규정 위반시 엄정한 사후 대응이 뒤따라야 함에도 금융회사 평판저하를 우려해 사고를 축소하고 온정주의적으로 대처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에 대한 엄정 제재와 함께 향후 퇴직자, 거래처 등 이해관계자와 관련한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마련한다. 우선 금융위원회와 협의 거쳐 은행법에서 협소하게 규정된 '이해관계자 및 이해관계자 거래 범위'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범위와 대상은 국제법 기준을 참고한다.

국제결제은행(BIS) 은행감독준칙에서는 이해관계자 범위를 대주주, 임원 외에도 주요 직원 모든 관계자 및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를 다수 포함한다. 이해관계자와의 거래 범위는 신용공여 외에 용역거래, 자산 구매와 판매, 공사 및 임대계약, 파생거래 등을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반면 은행법 등 국내 금융 법규에서는 이해관계자를 별도로 정의하지 않았다. 대주주 및 대주주의 배우자·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신용공여 중심으로만 규율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금융회사 주요 임직원이나 그 가족 및 사적 이해관계자 등과의 이해상충·부당거래 방지는 금융회사 자율 규제에 맡겨져 있다. 내규상의 임직원 윤리규정 등을 통해 선언적으로만 부당거래 방지 의무를 규정해 내부통제 실효성이 크게 부족하다는 평가다. 특히 사고가 발생해도 내부자의 신고에 의존하며, 문제가 적발되고 제재 보다는 축소·은폐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금감원은 은행법 개정 추진과 별도로 금융회사의 자체적인 관리감독 강화를 위해 이해상충 방지 등 업계 표준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예컨대 퇴직자나 거래처 등록 관리 및 실제 거래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관련 부정행위에 대해 내부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금융회사가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퇴직자가 관여된 금융회사 거래에 대해 모니터링이 강화되고 특정 거래업체의 익스포져를 정기적으로 점검, 평균 범위를 벗어난 거래에 대해 면밀한 확인이 추가 된다.

아울러 이해관계자 및 거래처 관련 금융사고 예방 사항을 책무구조도에도 반영해야 한다. 예방 사항을 반영하지 않거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해당 임원이나 경영진은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현재는 책무구조도에 형식적으로만 일부 반영돼 있다.

이 수석부원장은 "내부통제 문제가 금융권 리스크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게 확인된 이상 경영실태평가에서도 재무 건전성 뿐 아니라 내부통제, 조직문화를 엄격하게 반영할 예정"이라며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관리를 잘 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를 구분해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확실하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