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민 4000만명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 간편청구 서비스가 EMR(전자의료기록) 업체 상위 3사 반대로 '발목'이 잡혔다.
상위3사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추가 수수료를 요구하지만 "실손보험료 인상이란 악순환으로 돌아온다"며 보험사는 수용불가로 평행선을 달린다. 결국 피해자는 4000만명의 국민들이다. 국민의 의료 서비스를 제한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역행하는 만큼 보건복지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총출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종이 서류를 뗄 필요없이 앱(실손24)으로 의료비를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는 실손 간편청구 서비스가 EMR 업계 상위 3사 때문에 2단계 확산이 막히고 있다.
실손청구 간소화는 국회 통과까지도 무려 14년이나 걸렸다. 국민 편익 증대가 뚜렷한데도 의료업계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법 통과 이후 2024년과 2025년 2단계에 걸쳐 요양기관을 확대하고 있는데 전체 참여율이 절반(57.7%)에 그치고, 의원급 병원은 11%대에 머물고 있다. 이용할 병원이 많지 않으니 앱 가입자도 200만명에서 지지부진하다.
실손 간편청구 서비스의 전산 연계를 위해 보험업계와 보험개발원은 총 17차례에 걸려 EMR 업체와 협의를 진행해 왔다. 현재는 65곳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다만 상위 3개사가 추가 수수료를 요구하면서 진전이 되지 않고 있다. 1위사인 유비케어는 의원급만 1만5000개와 연계돼 있고 유비케어 자회사인 헥톤프로젝트는 병원급 1만5000개에 서비스 제공 중이다. 이지스헬스케어와 비트컴퓨터는 각각 6600개, 3600개 의원의 EMR 담당 업체다.
이들은 실손24 도입 전부터 이미 보험사와 연계해 간편 청구 서비스를 하고 있다. 다만 병원이 직접 서류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일일이 내역서, 진단서를 떼서 사진으로 찍어 전송해야 한다. 보험사는 건당 1100원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이는 EMR 업체와 관련업체, 병원 등이 나눠 갖는다. 실손 24가 도입되면 이 수입원이 사라지기 때문에 상위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EMR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수수료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사업 구조 등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 있어 기술 및 사업적 검토가 종합적으로 필요하다"며 "관계 부처와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논의할 수 있는 테이블은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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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R 3사와 보험사간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복지부는 종합병원 이상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료질을 평가하고 평가등급별로 지원금을 차등지급하는 '의료질 평가'에서 실손24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EMR 업계를 직접 규율할 수 있는 '전자의무기록에 관한 고시' 개정으로 안전성·기술성 평가에 실손24를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공정위는 상위3사의 수수료 요구가 '담합' 소지가 없는지 구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민 4000만명의 편익 증대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병원도 아닌 EMR 3사 반대로 14년만의 성과가 물거품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