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융사 영업정지 제재 두고 표결까지 간 이찬진-금융위

[단독]금융사 영업정지 제재 두고 표결까지 간 이찬진-금융위

권화순 기자
2025.11.20 16:10

금융위 정례회의서 제재 감경 안건에 금감원장 이례적 찬반 표결요구...제재권한 갈등 부상 관측도

(서울=뉴스1) =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장 접견실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있다. (금융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2025.9.2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서울=뉴스1) =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장 접견실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있다. (금융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2025.9.2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회사의 영업정지 재재 여부를 두고 금융위원회 위원들과 표결까지 감행하며 정면 충돌했다. 위원들간 합의에 따라 만장일치로 결론을 도출해 온 관행상, 표결까지 간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금융회사 제재 '감경'을 두고 이 원장과 금융위 간의 시각차를 외부에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 셋째주 열린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트라움자산운용에 대한 3개월 영업정지 '조치생략' 안건을 두고 이 원장이 공개적으로 금융위원들에게 찬성·반대 의견을 묻는 표결을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9년 금감원 검사를 받은 트라움운용은 펀드 운용 과정에서 다수의 위법 사항이 적발돼 이미 2020년 6개월 영업정지를 받은 적이 있다. 1개월·3개월·6개월 단위로 내려지는 영업정지는 인가취소 직전 단계의 중징계다. 펀드 용도를 거짓 기재하거나 상환능력이 없는 회사의 채권을 인수해 투자자에 피해를 준 사실 등이 적발돼서다. 다만 일부 위반은 형사 소송 진행 등의 사유로 2020년 한꺼번에 제재하지 않았고 이번에 금감원이 3개월 영업정지 조치안을 금융위에 보고한 것이다.

금융위는 그러나 안건심사소위원회(안건소위) 논의를 거쳐 '조치생략'의 감경안을 정례회의 수정안건으로 올렸다. 이미 6개월 영업정지를 내린 만큼 '사후경합에 따라 감면조치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적용한 것이다. 2020년에 함께 제재했다면 6개월 영업정지로 끝났을 사안이라는 이유에서다. 영업정지가 최대 6개월까지라는 점에서 3개월 영업정지를 부과하면 사실상 9개월 영업정지가 된다는 점도 감안했다. 다만 안건소위는 금융위 위원 4인으로만 구성된다.

금융위 정례회의 멤버인 이 원장은 수정안건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금융위가 공개한 16회차 의사록에 따르면 이 원장은 "새 정부 입장에서 자본시장 투명성을 강화하는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 이 정도로 하면 시장에 주는 메시지가 무엇이냐"고 했다. "도덕적 해이를 넘어서는 참여자가 있을 때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맡길 수 있는 정도의 신뢰가 형성되겠느냐"라며 표결을 요구했다.

결국 이 원장을 비롯해 금융위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 등 총 6인이 표결해 찬성 4, 반대 2로 해당 안건은 '조치생략'으로 결론났다. 금감원은 그러나 금융위 안건 통과 직후, 트라움운용에 대해 '기관경고' 제재를 확정했다. 금융위 의결 없이 금감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대수위의 제재를 내린 것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안건소위에서 사전에 이견을 조정하기 때문에 그 다음 단계인 금융위에서 표결을 하는 사례는 거의 이번이 처음으로 알고 있다"며 "이 원장이 평소 제재 감경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14일 취임한 이 원장은 첫 정례회의에서도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진 일부 증권사의 발행어음 인가 심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SK에코플랜트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제재건의 경우 금융위가 '중과실'로 본 반면 이 원장은 '고의'로 판단해 역시 시각차를 드러냈다.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 수위를 두고 이 원장과 금융위의 이견이 잇따르자 안건소위 단계에서 난 결론이 정례회의 공식안건으로 부의되지 않고 연기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금융회사 제재권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간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위는 감독체계개편 과정에서 금융회사 및 임직원에 대한 금감원의 중징계 권한을 금융위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금감원이 민간기구라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이 원장은 금감원의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도 인지수사권을 줘야 한다며 '절름발이'에 비유했다. 내년 1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두고서 금융위가 과거와 달리 지정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선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