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금융강국코리아]④-<1> 신한은행 카자흐스탄 현지법인 '신한카자흐스탄은행'


신한은행 카자흐스탄 현지법인인 신한카자흐스탄은행은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인 알마티(Almaty) 중심가 도스틱 애비뉴(Dostyk Avenue)의 비즈니스 센터 켄 달라 빌딩 1층에 위치했다. 한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지난 11일, 해발 3000km 톈산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도심내 수로를 따라 흘러내리고, 도로보다 넓은 인도에는 다양한 인종의 알마티 시민들이 활기차게 도보한다.
중앙아시아 대표국인 카자흐스탄은 세계 9번째로 큰 나라로 석유, 천연가스, 우라늄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지만 인구는 2000만명에 불과하다. 10만명의 고려인 덕분에 한국엔 우호적이며 도심 곳곳에선 한국 BGF리테일 편의점 CU의 보라색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카자흐스탄 젊은이들은 편의점에서 한국 컵라면을 즐긴다. 신한은행은 LG전자, 현대차와 더불어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대표적인 한국 기업이다. 한국인 직원 6명을 포함해 총 117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신한카자흐스탄은행은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 금융회사 현지법인이다. 지난 2008년 설립돼 올해로 해외진출 18년을 맞았다. 최근에는 중앙아시아에 진출한 한국 금융회사의 성공 사례로 회자된다.
지난 2024년과 2025년 2년 연속 충당금 적립 전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 당기순이익도 2024년 1031억원을 기록해 진출 17년 만에 1000억원을 넘어서는 놀라운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카자흐스탄 정부의 강화된 세제로 순이익이 569억원으로 줄었으나 일시적인 세금 요인이 없다면 올해 다시 실적이 반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법인 설립 무렵인 지난 2008년에는 금융위기를 맞아 초대형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도산했다. 직전까지만 해도 "알마티 개들도 100달러를 물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초호황기였다. 구 소련이 무너지고 막대한 경제원조에 더해 풍부한 지하자원까지 주목 받으며 한국 건설사들도 카자흐스탄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한국의 대형 은행인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동시에 발을 들였지만 안타깝게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것이다.
현지법인으로 진출한 신한은행은 버텼지만, 현지 5위 대형 은행인 BCC(뱅크센터크레딧)를 인수한 KB국민은행은 1조원의 투자금을 날리고 결국 철수했다. 국내 금융사에 '뼈 아픈' 해외진출 실패 사례였다. 살인적인 물가상승을 방어하기 위한 초고금리 정책(기준금리 연 17~18%)과 현지 화폐인 텡게화 환율 변동성까지 더해져 신한카자흐스탄은행은 10년간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야 했다.

지난 2022년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변곡점이 됐다. 미국의 러시아 경제 제재 우려 속에서 러시아 진출 기업 자금이 인근 국기로 밀물처럼 흘러왔다. 특히 러시아에 인접한 카자흐스탄은 전쟁으로 뜻밖의 기회를 얻게 된다.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의 기아차도 카자흐스탄 북부 코스타나이(Kostanay)에 생산기지를 구축, 러시아 공장 중단에 따른 생산 공백을 일부 대체하는 거점을 만들었다.
러시아에서 이탈한 자금들은 카자흐스탄 현지 은행보다는 신한카자흐스탄은행이나 씨티은행 등 '더 믿을 만한' 외국계 금융사에 먼저 문을 두드렸다. 미국의 경제재재 우려속에 이탈한 만큼 안정적인 예치가 최우선이었다. 소유구조의 투명성, 높은 대외 신인도 등을 종합해 볼때 신한만한 거래처가 없었던 것이다. 외국계인 신한은행은 현지 은행 대비 낮은 금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었으나 러시아 이탈 자금은 신용도 높은 금융사를 더 선호했다. 낮아진 조달 금리를 바탕으로 신한카자흐스탄은행은 국채나 중앙은행예치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이는 10년 넘게 현지 법인으로 쌓아 올린 네트워크, 철저한 내부통제, 탄탄한 영업인프라, 현지 직원 중심의 인력 기반을 다져온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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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승 신한카자흐스탄은행 부법인장은 "한동안 성장 모멘텀을 찾기 어렵고 초고금리 속에 외국계 기업으로서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본사 차원의 경영 전략과 함께 철저한 내부통제, 자금세탁방지 부분을 강조하며 착실하게 쌓아왔던 기본 바탕이 있었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 부법인장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현지법인에서 근무했다가 신한은행 본사의 글로벌 전략부를 거쳐 지난해 다시 현지법인에 합류한 '베테랑'이다.

신한카자흐스탄은행은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됐지만 안주하지 않는다. 대내외적인 변수에 따라 상황은 언제든 바뀔수 있다. 지난 2024년 순이익 1000억원을 돌파했으나 이듬해 순이익이 대폭 깎이는 어려움도 겪었다. 안전자산 위주의 투자로 수익을 거둔 금융회사에 대해 카자흐스탄 정부가 '횡재세' 개념의 특별세를 부과한 여파다. 은행에 물리는 법인세율도 종전 20%에서 25%로 대폭 상향해 신한을 비롯한 외국계 은행의 타격이 불가피했다. 다만 올해는 이란 전쟁 발발로 유가가 치솟으면서 세수 부족에 따른 특별세 부과 가능성은 낮다는게 현지의 반응이다.
조 부법인장은 "물 들어 왔을때 노 저어야 한다"며 "과거에는 여력이 없어서 하루하루 단기 대응하느라 바빴지만, 지금은 여유가 생긴 만큼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금융과 가계금융 비즈니스 모델을 다변화 하고, 자금 운용처의 다각화도 모색하고 있다. 현지 기업들의 불투명한 회계 등의 사유로 대출 부실 우려 가능성까지 고려해 공신력 있는 외국계 기업, 공기업 대상의 자금운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신한금융 계열의 신한카드와의 시너지도 필요하지만 현지 금융당국이 계열사간 거래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채널 다변화가 필요하단 게 조 부법인장의 진단이다.
카자흐스탄 기준금리는 여전히 17~18%에 달해 기업이나 가계의 자금 수요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 예대마진 위주의 전략보단 고액 자산가 대상의 금융서비스 제공 등을 통한 수익 확대도 새로운 전략으로 추진된다. 지금은 알마티에 본점을 두고 단일 영업점 체제로 운영 중이지만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를 비롯해 쉼켄트 등 인구 200만명 이상의 주요 도시로 진출 가능성도 저울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