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中企의 '피터팬 딜레마'

[기자수첩]中企의 '피터팬 딜레마'

김하늬 기자
2013.10.30 06:30

"중소기업 기준을 연매출액으로 제한한다고 칩시다. 그럼 갑자기 중견기업으로 넘어가버리는 기업들에 대한 대책은 만들어지고 있나요?"

경기 소재의 반도체 장비회사인 A사의 대표가 최근 만난 기자에게 격앙된 목소리로 이같이 물었다. 중기청이 중소기업범위 기준 개편 작업을 진행하면서 업계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중기청이 중소기업 범위 기준을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연매출액 1200억원 이하로 정할 경우 A사도 하루아침에 중소기업을 벗어나 중견기업이 될 수 있어서다.

A사는 내년 매출목표를 올해에 비해 400억원(40%)정도 증가한 14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에도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시장에서 반도체 장비 판매가 늘어나면서 내년 매출 목표치를 높여 잡았다.

중기청은 내달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제조업 중소기업 범위 기준을 3년 평균 매출액 1200억원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방안은 업종별로 매출액을 800억원, 1000억원, 1200억 원 이하로 확정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중기청이 연내 중소기업 범위 가이드라인 마련을 서두르면서 중소기업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중기청과 중소기업연구원은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중소기업 범위기준과 관련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하지만 기업들에 공청회 개최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공청회에 참여한 중소기업 대표는 고작 일평균 10명 정도에 머물렀다. 중소기업 유관기관 고위 관계자는 "상당수 중소기업 대표들이 공청회 개최 사실 조차 몰라 공청회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범위기준 개편논의는 중소기업이 각종 정부지원을 유지하기 위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꺼리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 현상을 막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업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중소기업들의 피터팬 증후군을 심화시키는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기청이 중소기업 범위 기준을 마련하는데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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