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장점유율의 함정

[기자수첩]시장점유율의 함정

신아름 기자
2014.04.22 07:00

최근 A제지업체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기사내용 중에 나온 업체간 시장점유율이 맞지 않으니 정정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는 해당 지종분야에서 1위 업체는 자기 회사라고 주장했다. 주장의 근거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무역협회 자료를 거론했다. 무역협회에서 발표한 시장점유율을 달라고 하자 "그건 밝힐 수 없다"고 꽁무니를 뺐다.

제지업계에서 공식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집계하는 통로가 사라진 지 근 1년이 됐다. 원래는 펄프 및 제지 제조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제지연합회에서 매년 업체별로 종이 종류별 생산량과 매출 등을 집계해 공식적인 시장점유율 자료를 발표해왔지만 지난해부터는 이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 이 자료가 업체간 담합 등에 악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지연합회측에 금지할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지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사업보고서 등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사업보고서 등에 시장점유율을 표기하지 않고 있다. 객관적으로 신뢰할만 한 유일한 자료였던 제지연합회의 업체별 시장점유율 발표치가 사라진 탓이다.

공식적인 시장점유율 자료는 사라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업체들이 점유율을 아예 파악하지 않는 건 아니다.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조사해 집계한 시장점유율 자료를 나름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이나 마케팅 등 기업이 기본적인 경영활동을 영위해 나가기 위해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자료는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이다.

한 제지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참고하기 위한 자료일 뿐이어서 아무래도 자기 업체에 유리한 방식으로 집계하고 결과를 산출하기 마련"이라며 시장점유율이 갖는 함정을 지적했다.

공식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집계하는 기관이 없는 상황에서 업체들이 경영상 필요에 따라 자체적으로 자료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면 실제로 어느 자료가 맞고 틀렸다고 따지기는 힘든 문제다. 그걸 일일이 걸고넘어지며 '너희는 틀렸고 우리가 맞다'고 주장하는 건 억지스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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