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적합업종, 가랑비에 옷 젖는다"

[기자수첩]"적합업종, 가랑비에 옷 젖는다"

송정훈 기자
2014.06.17 07:00

"갑자기 없던 기준이 생기다 보니 그런 거죠. 대기업이 마음먹은 대로 적합업종을 운영하긴 힘들 겁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11일 확정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 가이드라인(운영방안)이 대기업에 유리하다는 지적에 대해 중소기업계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가이드라인에 새로운 조항들이 생겼지만, 자율합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계 안팎에선 가이드라인의 적합업종 재합의 기간을 3년 이하로 차등 적용 한 것을 대기업에 유리한 대표적인 조항으로 꼽는다. 적합업종 재합의 기간을 축소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재합의 기간 3년 일괄 적용 의견이 배제되고 대기업이 줄기차게 요구한 차등화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가이드라인의 중소기업 독과점 등 적합업종 재합의 적합성 항목을 강화해 부적격 품목은 적합업종에서 해제하는 조항도 대기업에 치우친 조항이라는 지적이다. 적합업종 재합의를 제한해 그 만큼 적합업종 지정이 어려워 질 것이라는 우려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차등 적용과 적합성 항목 강화 조항 등이 시각은 다를 수 있지만 대기업의 의견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것"이라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런대도 중소기업계는 정작 느긋한 분위기다. 가이드라인이 적합업종 합의와 조정협의 단계에서 이해관계자간 자율합의를 원칙으로 하되 미합의시 동반위 실무위원회가 권고안을 마련해 다시 자율 합의를 추진토록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쯤 되니 중소기업계가 적합업종 재지정에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가이드라인에 동반위가 대중소기업간 적합업종 미합의로 사회적 갈등이나 부담이 크다고 판단하면 재합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 측 동반위 위원은 "동반위가 최악의 경우 자의적인 해석에 따라 적합업종 재합의를 사실상 강제집행하면서 자율합의 원칙이 무력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오는 9월부터 동반위의 적합업종 품목 재합의를 앞두고 적합업종 무력화와 존속을 둘러싼 치열한 공세와 수성전을 치르고 있다. 누구의 논리가 맞는지는 차치하더라도 가이드라인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안이한 대응은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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