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동안 겪은 아픔을 충실하게 반영한 듯해 드라마를 보는 내내 후련했다. 하지만 종영 이후엔 씁쓸함도 남았다."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손실로 어려움을 겪은 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을 시청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평소 방송을 즐겨보지 않던 그는 "키코사태를 잘 다뤘으니 꼭 보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해당 드라마를 중반 이후부터 시청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드라마는 키코를 포함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정확하게 잘 짚어냈다. 하지만 현실과 마찬가지로 금융권의 승리로 막을 내린 점, 마지막에 다소 흐지부지 막을 내린 점 등은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개과천선은 동양그룹사태, 태안기름유출사고 등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했다. 특히 극 중반부터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었던 '키코사태'를 전면에 다루며 관심을 끌었다.
키코는 기업과 은행이 환율 상·하단을 정해 놓고 그 범위 내에서 지정된 환율로 외화를 거래하는 상품을 말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당시 중소기업들은 은행 측이 수출에 따른 환율변동을 헷지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제시했던 키코에 가입해 안정성을 보장받고자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기대와 달리, 환율이 급등하면서 키코에 가입한 중기들은 오히려 큰 손해를 입었다. 중소기업들은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지만, 수년 동안 이어진 법정공방은 지난해 9월 대법원이 은행 측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사실상 막을 내렸다.
드라마 역시 대법원 합의부 만장일치로 은행 측 손을 들어주며 중소기업 입장에서 '새드앤딩'으로 종영했다. 하지만 판결에 이르는 과정에서 법조계, 재벌, 정치권의 어두운 일면을 잘 드러내면서 중소기업을 포함한 우리 사회 약자들에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중소기업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던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이제 상대적 약자인 중소기업들이 키코사태와 같은 '아픔'을 다시 겪지 않도록 제도적 혹은 정책적 보완이라는 현실의 드라마가 뒤를 잇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