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 23일 중소기업계의 숙원인 가업승계 세제혜택을 담은 올해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는 물론 중소기업청 등 관련부처들은 가업승계 세제혜택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정부가 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세금을 올리는 게 아니라 깎아주는 것인데도 오히려 이를 숨기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중기청 고위 관계자는 "현재 가업승계 세제에 대한 대응은 최대한 자제하는 게 상책"이라는 말까지 했다.
무슨 속사정이 있는 걸까? 사정은 이렇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담뱃세와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안을 포함시켰다. 이를 두고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증세 논란이 일어났다. 야당에선 '서민증세, 부자감세'라는 공세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세법개정안에 당초 발표안에서 빠져 있던 중견·중소기업 중 명문장수기업에 대해 가업상속공제와 증여세 특례한도를 각각 500억원에서 1000억원, 30억 원에서 200억원까지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발표안보다 가업승계 세제혜택을 추가로 늘린 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증세 논란을 의식해 가업승계 세제혜택 확대를 쉬쉬하고 있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고 담뱃세 등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면서 한편에선 가업승계시 세금을 깎아주는 부자감세를 추진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질 수 있어서다.
그러면서도 가업승계 세제혜택 확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항변한다. 중견·중소기업의 가업상속 걸림돌로 작용하는 대규모 상속세와 증여세를 감면해 줌으로써 투자를 유도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내에선 "이번 세제혜택이 가업승계 정책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는 자평마저 나온다.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이라는 말도 있듯 정부는 가업승계 세제 확대가 증세 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정책의 효과가 분명하다면 국민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오히려 가업승계 세제혜택 확대에 대해 쉬쉬할수록 국민들의 오해를 양산하고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 숨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