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양학선의 은메달이 아름다운 이유

[기자수첩]양학선의 은메달이 아름다운 이유

강경래 기자
2014.10.06 14:12

"우선 허벅지(햄스트링)가 아파서 치료하고 싶다."

지난달 25일 기자가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기계체조 도마부문 결선 마치고 내려온 양학선에게 '향후 계획'을 묻자 그의 입에서 힘겹게 나온 말이었다. 짧은 답변이었지만 그동안 그에게 얼마나 많은 시련과 아픔이 있었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 4일 폐막한 아시아최대의 스포츠축제인 인천아시안게임. 한국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야구와 축구, 농구, 핸드볼 등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며 종합 2위를 수성했다. 박태환은 아시안게임 통산 한국인 최다인 20개 메달을 획득했고, 손연재는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하지만 이 못지않게 감동을 준 이들이 있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그렇다. 특히 특별취재팀에 속해 지난 16일 동안 아시안게임 현장을 지켰던 기자에게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단연 양학선이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학선은 기계체조 도마부문 부동의 세계랭킹 1위로 당초 이번 대회 금메달 획득이 확실시됐다. 하지만 대회를 며칠 앞두고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양학선은 부상 여파로 이번 대회에서 도마부문 개인전 예선을 2위로 힘겹게 통과해야만 했다.

때문에 양학선은 도마부문 개인전 결선에서는 '양1'과 '양2' 등 현존하는 최고 기술(난이도6.4) 대신 '로페즈'와 '여2' 등 한 단계 낮은 기술(난이도6.0)을 활용해 안전하게 금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됐다. '양1'과 '양2'는 양학선이 개발한 도마부문 국제공인기술이다.

하지만 결선 당일 이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양학선이 허벅지 부상에도 불구하고 '양1'과 '양2' 기술을 모두 사용한 것. 양학선은 이 기술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공중 회전수 부족과 착지 실수로 결국 은메달에 머물러야 했다.

만일 양학선이 처음부터 한 단계 낮은 '로페즈' 등 기술을 시도했다면 금메달도 가능했다. 이날 '깜짝' 우승을 차지한 홍콩 선수와의 점수 차가 불과 0.016점밖에 안 났던 것. 예정된 기술을 시행하지 못해 받은 감점(-0.1점)이 없었다면 양학선은 우승도 가능했다.

하지만 양학선은 안정보다는 도전을 선택했다. 인천까지 찾아온 팬들과 방송을 시청하는 국민들을 위해 허벅지 부상으로 성치 않은 몸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기술 조합을 이번 대회에 선보인 것이다.

양학선은 분명 원했던 금메달을 손에 쥐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불굴의 투혼과 도전정신은 큰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양학선의 목에 걸린 은메달이 아름다운 이유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