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약방문도 못하는 정부, 그 끝은

사후약방문도 못하는 정부, 그 끝은

신아름 기자
2014.10.27 06:23

[기자수첩]

"이번에는 사실 확인을 위한 확실한 증거와 자료를 마련해두었습니다. 지난번처럼 '아니면 말고'식 의혹제기에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않을 겁니다."

물티슈업체 A의 입장은 단호했다. 이번에는 소비자 불안심리가 빠르게 확산되는 걸 사전에 방지하는 한편, 이 같은 불안을 조장해 반사이득을 얻으려는 숨은 세력(?)을 반드시 찾아내겠다는 각오였다.

A는 최근 소셜커머스, 홈쇼핑 등 온라인 유통채널 MD(상품기획자)들 사이에서 물티슈 보존제로 널리 쓰이는 B성분의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는 첩보를 접하고 관련 해명자료를 미리 마련하는 등 대응태세를 갖춰놨다고 했다. 한 달여 전 물티슈 보존제로 널리 쓰이는 일명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 사태로 호되게 당했던 기억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물티슈 업체 C는 얼마 전 자사 물티슈 제조 전 과정을 일반에 공개하며 소비자 불안 잠재우기에 나섰다. 그만큼 국제기준에 따라 양심적으로 물티슈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자신감이 없었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다.

과연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속담은 적중했다. 깐깐한 매뉴얼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C의 물티슈 생산설비를 둘러본 소비자들은 하나같이 엄지를 치켜들었다고 한다.

물티슈 업체들은 지금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스스로 살 길 찾기에 나선 것이다. 명확한 품질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돼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반면, 물티슈 안전성 논란을 책임져야 할 정부는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뒷짐만 진 형국이다. 일 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물티슈 보존제 성분의 유해성 논란이 연거푸 발생했지만 이에 대한 재발 방치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사후약방문'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정부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해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할 뿐이다. 안전 불감증에 걸린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라 치부하고 넘기기엔 국민의 실망감을 넘어선 불신이 너무 커져버렸다. 그 불신의 끝엔 무엇이 자리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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