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디자인'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려면

[기자수첩]'K-디자인'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려면

신아름 기자
2014.12.22 06:17

이달 초, 취재차 찾은 태국 최대 디자인 행사인 '치앙마이 디자인위크' 현장은 한 마디로 '충격'이었다. 행사에 출품된 작품들의 높은 예술성은 물론이고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알찬 프로그램 구성과 행사 진행 수준, 현장을 찾은 방문객들의 관람 매너도 이미 수준급이었다.

그동안 개발도상국으로 치부해왔던 동남아시아 국가의 디자인 수준에 대한 선입견이 대번에 깨지는 순간이었다. 치앙마이 디자인위크는 '런던 100% 디자인전' 등 선진국의 디자인 전시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태국인들은 자기들만의 고유 전통 위에 현대 문물을 적절하게 배합하고 새로운 디자인 문화를 창출해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주목할 점은 이같은 트렌드를 주도하는 곳이 바로 태국 정부라는 점이다. 태국은 디자인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국가 디자인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태국상무부수출진흥국(DITP)'외에 '태국창의디자인센터'(TCDC)라는 별도의 디자인 기구를 총리실 직속으로 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총리실 직속으로 돼있는 만큼 TCDC의 행정 처리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또, TCDC는 정책 실행에 있어 으레 수반되는 외부 간섭 등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오늘날 태국이 국제적 수준의 디자인 행사를 개최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에 반해 한국 디자인(K-디자인)의 현실은 척박하다. 디자인의 경제적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명문화된 기준이나 사회적 공감대 형성은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에 있고, 디자인의 산업적 가치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 디자인 산업을 관장하는 최대 디자인 관련 기관인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십 개 산하기관 중 하나로 속해 있어 운신의 폭이 좁다. 디자인 진흥을 위한 정책이 수많은 산업 정책의 하위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디자인 산업은 성장 한계에 다다른 우리나라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적극 활용해야할 무기다. 한류 열풍을 활용해 세계 속에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소프트 파워'인 것이다. 이를 위해선 디자인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의지와 지원이 필수다. 바야흐로, 디자인 업계의 오랜 숙원인 총리실 산하 혹은 대통령 직속 디자인기관 설립을 보다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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