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벤처 활성화, 진짜 지표는…

[기자수첩]벤처 활성화, 진짜 지표는…

전병윤 기자
2015.03.04 06:00

지난해 벤처펀드 조성액은 2조5000억원을 웃돌며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돈이 몰리자 벤처기업수는 올초 사상 첫 3만개를 돌파했다. 벤처산업 육성책 덕분이다. 벤처 열기로 뜨겁던 2000년대초와 견주며 제2의 벤처붐이 조성되고 있다는 정부의 자평도 들린다. 벤처업계 활성화를 보여주는 수치들이 호전되고 있지만, 왠지 미덥지 못하다. 좀 더 확실하게 피부에 와 닿는 지표가 나와야 한다.

예컨대 벤처기업에 대한 취업 선호도나 배우자 선호도 같은 수치다. 4년 전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녀 직장인을 상대로 '배우자가 근무했으면 하는 기업형태'를 조사한 결과 공무원이 41.8%로 가장 높았다. 벤처기업은 고작 1.3%로 중소기업(5.5%)보다 뒤쳐진 꼴등이었다. 지금도 대동소이할 것 같다.

또 신랑감 인기직업으로는 공무원, 금융·자산운용사, 의사·한의사, 교사, 건축가, 세무사·회계사 순이었다. 그런데 2002년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1위로 꼽힌 바 있다. 벤처붐의 영향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요즘처럼 벤처기업에 다니는 배우자를 원치 않는 사회, 모험보다 '가늘고 긴' 삶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현실에서 벤처 활성화가 가능한 것인지 회의적이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벤처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부인"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벤처기업을 창업해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이라고 한다. 10여년간 직장 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이 성공의 밑거름으로 작용해서다. 반대로 창업하기도 가장 힘든 시기다. 대출에 허덕이고 육아에 치여 하루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때다.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벤처기업을 차린다는 남편을 뜯어말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좀처럼 패자부활의 기회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에서 자칫 망하기라도 하면 인생을 종칠 각오까지 해야 하므로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벤처정신을 갖고 뛰어들었을 때 얻게 될 기대수익보다 위험이 훨씬 큰 현실에서는 벤처 활성화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벤처기업 취업·배우자 선호도 1위'란 조사가 나오면 정부의 벤처붐 자평은 공감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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