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계적인 박람회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자수첩]세계적인 박람회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신아름 기자
2016.03.09 06:00

"전시장 입구에서 100미터는 족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더니 그냥 내리라지 뭡니까? 주차장이 혼잡해서 들어갈 수 없다나요?"

최근 일산 킨텍스서 열린 한 전시회를 찾았을 때 한 관람객이 바이어를 붙잡고 하소연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대화역에서 내린 뒤 전시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탔다는 그는 택시기사의 불친절함과 더불어 킨텍스의 낮은 접근성을 성토했다.

그의 말은 얼핏 투정처럼 들리지만 사실 국내 전시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점점 국제화되고 대형화되는 게 최근의 전시회 트렌드지만 국제 전시회라고 당당히 내세울 만한 게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전시회 규모도 마찬가지다. 국내에 10만㎡ 이상 규모로 열리는 전시회는 단 2개에 불과하다. 전체의 95%가 3만㎡ 미만 전시회다. 10만㎡ 이상 전시회가 56여개인 독일은 물론 14개인 중국과 비교해도 초라한 수치다.

전시산업이 국가적으로 갖는 중요성은 적지 않다. 전시산업은 최근 가속화되는 자유무역협정 시대의 흐름 속에서 수출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우리 중견,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경제적 효과를 낸다. 실제로 세계 100대 전시회 중 70%가 열리는 독일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에서 전시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를 넘는다. 우리의 5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독일이 강소기업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까지 국제적 수준의 전시산업이 미친 영향이 적잖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 정부도 물론 전시산업 육성 필요성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정부는 전시회 지원 예산을 매년 소폭이나마 늘리고 있다. 2008년 32억원이던 전시회 지원 예산은 2010년 40억6000만원, 2013년 47억7000만원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방식이다. 단순 자금지원으로는 궁극적인 전시산업 발전을 도모하기 힘들다.

최신 전시산업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국내 실정에 맞는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업종별 주요 전시회를 특화하고 온라인 및 지식 마케팅을 강화해 해외 관람을 유치하는 동시에 국내 전시주최자의 해외진출을 적극 모색해 국내 전시회의 국제화를 이끌어나가야 한다. '메종오브제'나 '쾰른가구박람회' 같은 세계적인 박람회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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