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해외서 '환영' 국내서 '홀대' 받는 방산 중소기업들

[기자수첩]해외서 '환영' 국내서 '홀대' 받는 방산 중소기업들

이원광 기자
2016.05.18 06:00

"새로운 국방 기술을 평가하는 기준조차 없는 상황이다."

최근 한 섬유기업 대표를 만나 '스핀 온'(Spin-on)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왜 국방 분야로 진출하지 않는가"하고 묻자, 깊은 한숨 뒤에 돌아온 대답이다. 스핀 온은 민간의 우수기술이 국방기술에 적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 업체가 개발한 신소재는 섬유 안 수분은 배출하고 섬유 밖 수분은 차단해 사계절을 군복 하나로 버티는 군 장병들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열전도율이 높은 땀은 배출하고, 눈이나 비 등 외부 수분은 차단해 적정 온도와 쾌적함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또 인체 등으로부터 근적외선을 흡수해 열을 생성하는 발열 충전재도 혹한기 훈련 영하 날씨에 텐트와 침낭으로 버티는 장병들에 필요한 기술이었다. 이 기술들은 해외 유명 기업과 매출의 러닝로열티 받는 형태로 수출 계약을 맺는 등 해외에선 앞다퉈 적용하는 기술들이다.

문제는 해외에서 환영받는 제품들이, 정작 국내에선 홀대받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부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선 기술표준인증을 거쳐야 하는데, 기술표준원에서는 이를 인증하는 기준조차 없는 상황이다.

인증을 의뢰하면 그 시점부터 기나긴 여정이 시작된다고 기업인들은 입을 모았다. 당국이 장고와 검토를 거친 뒤 인증 의뢰를 받아들여야 하고, 이를 위한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그 기준에 따라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 최소 2년여가 소요되는데, 그 사이 규모가 작은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당국에서 "미국에서 먼저 인증을 받고 오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고 한다. 미국에서 인증받은 제품들은 특유의 신뢰성으로 인해, 국내에서 인증받기 쉽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것이다.

최근 연일 터지는 각종 국방비리 역시 당국을 소극적으로 만든다고 한 군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신기술을 발굴해 우리 군에 적용하려고 노력하면, '대가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 피할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같이 국산 국방기술에 대해 뒷짐 지고 구경하는 사이, 그 피해는 혹서·혹한을 군복 한 벌로 버티는 우리 장병들과 피땀 흘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우리 중소기업들에 돌아간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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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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