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탁금지법과 벤처캐피탈

[기고]청탁금지법과 벤처캐피탈

이용성 벤처캐피탈협회장
2016.10.28 05:00
이용성 벤처캐피탈협회장
이용성 벤처캐피탈협회장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국민적 관심 속에 지난 9월 시행됐다. 현재는 시행초기라 생각하지 못한 사례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벤처캐피탈업계에서도 업종 특성상 존재하는 특이한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조만간 안정적으로 정착해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리라 기대하고 있다.

법 시행과 관련해 혼선 방지와 정확한 개념정립을 위해 벤처캐피탈업계도 협회를 중심으로 공개설명회, 법률자문 등을 진행해 다양한 의견과 사례를 제시하고 있는 중이다. 중요한 것은 청탁금지법에서 정하고 있는 위법행위가 비단 이번 법 시행으로 인해 새로 등장한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전부터 성실히 준수해야 할 윤리이자 필수 덕목이다.

벤처캐피탈업계가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시행 초기의 법 이해부족으로 인한 투자활동 자체가 위축되면 안되고 오히려 이를 계기로 벤처투자시장이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벤처캐피탈과 관련해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 중 '창투사 등 벤처캐피탈도 법의 직접 적용 대상에 포함되느냐'다. 업계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벤처캐피탈이 법의 직접 적용 대상이 된다면 투자업체 발굴이나 기업소개, 사업계획서 검토 의뢰 등 그동안 투자활동의 일환으로 진행한 정상적인 업무조차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심도 있게 검토한 결과, 창업투자회사 등 일반적인 벤처캐피탈은 법상 공공기관이나 공무수행사인에 해당되지 않아 직접 적용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일부 언론이나 해석에서 공공기관의 자금을 운용하는 운용사도 법에서 규정한 공무수행사인에 해당될 수 있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모태펀드 등 공공기관이나 공공자금의 출자를 받아 업무집행조합원으로서 이를 운용한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법령에 따라 공공기관의 권한을 위임·위탁받은 법인·단체 또는 그 기관이나 개인'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으로 본다.

첫째, 법은 '권한'을 위임·위탁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벤처기업법' 등에서는 '출자'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권한의 위임·위탁이라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둘째, 모태펀드 등 공공기관이 벤처조합에 출자하는 것은 기관 본연의 업무이지 출자를 하는 업무 자체가 창투사 등에 위임돼 있는 게 아니다. 셋째, 창투사 등은 모태펀드 등 출자기관과 각자 독립된 주체로 위임계약(규약을 통한 출자)을 체결하는 것이고 기관의 업무를 위탁받는 것이 아니다.

특히 '자본시장법'상에서도 조합의 출자를 '지분'의 정의와 관련해 규정하고 있다. 즉, 모태펀드 등은 지분증권을 취득, 합자조합에 대한 투자행위를 한 것이지 권한의 위임·위탁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강하다.

또 공무수행사인은 '공적인 임무'를 자기의 이름으로 수행하도록 '권한'을 가진 사인(私人)을 의미한다. 권한은 행정권한이 부여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면 사법상의 계약 관계는 공적인 행정 '권한'이 부여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결국 일반적인 경우 벤처캐피탈이 모태펀드 등 공공기관 등으로부터 출자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공무수행사인에 해당되지 않으며 청탁금지법의 직접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일부 회사가 투자발굴 및 시장검토 등 투자와 관련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나아가 시행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법의 취지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만약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벤처투자시장에 찬물을 끼얹게 될 수도 있다. 청탁금지법이 사회 전분야, 특히 벤처투자시장에서 본래 취지에 맞도록 시행돼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투자문화를 정착하고 적극적이고 활발한 투자활동을 장려해 중소·벤처산업계에 활력을 주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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