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수주물량 제로…동료 9명중 8명 폐업"

"올 하반기 수주물량 제로…동료 9명중 8명 폐업"

거제(경남)=김하늬 기자
2017.04.10 04:34

[르포]조선 빅3 수주절변 고스란히 中企 협력사 전이…"정책자금으로 급한 불 껐지만 근본대책 절실"

전국이 섭씨 20도를 웃도는 완연한 봄에 접어들었지만 경남 거제도는 아직도 쌀쌀했다. 지난 7일 방문한 거제도의 길목은 흐드러진 벚꽃에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떨칠 수 없었다. 대금산에서 바라본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는 골리앗 크레인 아래 건조 중인 LNG(액화천연가스)선과 쇄빙선이 과거의 영화를 뽐내는 듯 위용을 과시했다. 그러나 조선소 한쪽에 화물을 싣지 않은 채 미동도 하지 않는 40여대의 대형트럭은 지금의 조선소가 처한 현실을 투영하고 있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 업체들의 수주잔량은 글로벌 1~3위 수준이지만 남은 일감으로 버틸 수 있는 시기는 1년 남짓이다. 수주잔량은 주로 2014년과 2015년 수주해놓은 일감들이다.

국내 조선사의 ‘수주절벽’은 시간 차를 두고 고스란히 협력중소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다. 거제시 사등면에 위치한 선박용 의장품 도장업체 청운의 박상진 대표는 “조선소의 올해 1분기 도장 물량 발주량이 지난해 12월 대비 반토막났다”며 “지난 1년을 힘겹게 버텨왔는데 올해도 여전히 위기상황”이라고 했다.

거제시에 위치한 도장업체  한창의 사업소 모습./사진=김하늬
거제시에 위치한 도장업체 한창의 사업소 모습./사진=김하늬

이 회사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사내 하청업체의 협력사다. 선박 건조의 초기 단계인 선행 도장작업을 맡고 있다. 도장은 페인트를 칠하는 작업으로 철판이 바닷물의 소금기에 산화돼 부식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개별 철판부터 모든 부품에 ‘기초화장’을 하듯 꼼꼼히 도장을 한 뒤 블록 조립 공장으로 보내는 작업이다.

박 대표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와 성동조선해양에서 17년간 도장작업을 담당한 도장 전문가다. 2012년 회사에서 나와 창업을 했다. 그는 “당시 비슷한 시기에 퇴사해 창업한 동료가 9명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나 혼자 남았다”며 “회사에 남아있던 동료들도 대부분 구조조정을 당했다”고 말했다.

사람의 손으로 직접 일일이 작업을 하다 보니 보유인력만 잘 유지하면 영업을 영위할 수 있는 곳이 도장분야다. 조선업체들이 적자에 시달리면서 단가인하 압박도 많이 받았지만 박 대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집, 차 등을 팔아 직원들을 챙겼다.

그는 “용접소리가 안 들리면 3개월 뒤부턴 우리(도장업체)도 할 일이 없어진다는 의미”라며 “남은 수주잔량은 상반기 내 소진될 것으로 보고 하반기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감 확보와 함께 내화도료 등 특수도장(PFP)으로 사업다각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자금이 바닥나 신사업 추진은 물론 인력관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지난해 중소기업진흥공단 경남서부지부의 3억원 규모의 정책자금 지원 덕에 재도약의 기초를 닦을 수 있었다.

그는 “정책자금으로 급한 자금난을 해결하면서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의 텡기즈 유전(TCO) 플랜트 건조가 이달부터 시작됐는데 이 프로젝트의 일부 도장 물량을 시작으로 수주를 늘려나가는 것이 올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박상진 한창 대표(왼쪽)가 직원가 선행도장을 완료한 선박 부품 앞에 서있다./사진=김하늬
박상진 한창 대표(왼쪽)가 직원가 선행도장을 완료한 선박 부품 앞에 서있다./사진=김하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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