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용의 비하인드 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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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공급부족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들의 실적이 대폭 늘고 있지만 NPU(신경망처리장치)를 개발하는 반도체 스타트업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같은 반도체 업종 기업이지만 NPU 스타트업들은 메모리를 부품으로 사용해 제품을 만들고 있어 메모리 공급부족이 비용 증가로 이어져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금융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내 NPU 스타트업 5곳과 진행한 'K-엔비디아 육성 프로젝트' 민관 합동 간담회에서는 메모리 공급부족 관련 애로사항이 제기됐다. 메모리 공급부족이 NPU 탑재 완제품의 원가나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다.
스타트업들이 개발하는 NPU는 메모리를 활용해 AI의 연산을 가속화하는 구조다. 이에 NPU 스타트업들은 기판에 자사가 만든 NPU와 함께 메모리 등 다른 반도체들을 모두 탑재한 '보드'를 완제품 형태로 고객사에 공급한다. 메모리를 부품으로 사용해 완제품을 만드는 셈이다.

특히 현재 국내 스타트업들이 만드는 NPU의 대부분은 품귀현상이 심각한 D램을 활용하도록 설계돼있다. 주력제품 기준 리벨리온(아톰)은 GDDR(그래픽 D램), 하이퍼엑셀(베르다)과 모빌린트(에리스), 딥엑스(M1)는 LPDDR(저전력 D램)을 활용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DDR5 16GB 가격은 지난해 9월보다 5배 가량 상승했다.
통상 NPU 스타트업들이 만드는 완제품 단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수준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 중 하나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스타트업 대표는 "엔비디아나 AMD 등은 완제품의 가격을 올려 대응할 수 있지만 이들과 가격으로 경쟁해야 하는 NPU 스타트업들이 가격을 높이긴 쉽지 않다"며 "가격상승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격보다 더 큰 문제는 수급 자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구매 물량이 많지 않은 스타트업들은 메모리를 삼성전자 등 대기업과 직거래하는 대신 전자부품 대리점들을 통해 구매한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공급부족으로 대리점에 풀리기 전 직거래로 물량이 모두 소진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결국 최악의 경우 양산이나 고객사와의 PoC(개념검증) 일정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공급부족이 장기화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차세대 NPU에 어떤 메모리를 사용해야 성능이 효율적일지 고민하기는커녕, 수급받을 수 있는 메모리만 있으면 거기에 맞춰 NPU를 개발해야 할 상황이란 말까지 나온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NPU 스타트업을 위해 메모리 물량 확보를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K-엔비디아' 육성을 위해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자금 지원 외에도 스케일업과 수요창출 등 전방위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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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공급부족 사태는 정부가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NPU 스타트업들에겐 메모리 공급부족이 성장에 결정적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만큼 최소한의 물량 확보 등에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