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산업 OS'가 되다"…로봇·반도체·무역 산업 판 바꾼 K-스타트업

"AI가 '산업 OS'가 되다"…로봇·반도체·무역 산업 판 바꾼 K-스타트업

류준영 기자
2026.06.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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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자동화'라는 표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기업 운영의 핵심 판단 구조와 공급망, 생산 방식, 시장 연결 체계 모두가 AI(인공지능) 중심으로 다시 설계되면서다. 과거 AI 활용이 고객 응대, 문서 처리, 반복 업무 효율화 등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무역·공공조달·반도체 소재·로봇 제어처럼 산업의 핵심 실행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AI가 단순한 생산성 도구를 넘어 기업의 의사결정과 운영 흐름 전체를 통합하는 '산업 운영체제(OS)'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변화 흐름은 기술보증기금 '기보벤처캠프 18기' 선정 기업들에게서 선명하게 나타난다.

이를 테면 '더블커런트'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초소형 서보모터 드라이버를 통해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구동 플랫폼 구축에 나섰고, 크로스컴바인은 글로벌 B2B(기업 간 거래) 이커머스와 K브랜드를 연결하는 AI 기반 수출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있다. 파란은 공공조달 시장의 입찰·계약·납품 과정을 AI 기반으로 자동화하며 공공조달 운영체제 구축에 도전하고 있으며, 코파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용 언더필(칩과 기판 사이를 채워주는 접착·보호 소재)를 개발하며 AI 반도체 시대 핵심 공급망 국산화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AI를 단순 기능 개선이 아니라 산업 현장의 구조적 비효율과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인프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기업들의 주요 면면을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기업에 필요한 건 공고가 아니라 낙찰과 매출"…파란, AI 공공조달 운영체제 구축

대한민국 공공조달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243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거대한 시장 규모와 달리 실제로 공공조달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은 제한적이다. 복잡한 입찰 규정과 실무, 전문 인력 부족, 납품 리스크 등이 중소기업들에게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기반 공공조달 플랫폼 '조달플러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파란은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조달플러스는 입찰 정보 제공 플랫폼이 아니라, 입찰부터 납품까지 전 과정을 AI와 데이터 기반으로 연결하는 공공조달 운영체제(OS)이다.

김진호 파란 대표는 "기업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공고 정보가 아니라 실제 낙찰과 매출"이라며 "기존 플랫폼들이 단순 검색과 정보 제공 수준에 머물렀다면, 조달플러스는 실행까지 책임지는 AI 기반 낙찰 전략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정부가 '공공조달관리사'를 국가 자격으로 신설한 것도 이러한 시장 상황과 맞닿아 있다. 공공조달 분야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이론만으로는 실제 입찰과 납품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공공조달 시장은 단순 공부로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실무와 AI, 데이터, 공급망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실제 낙찰과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파란
자료=파란

조달플러스는 하루 약 2000건씩 업데이트 되는 입찰공고를 자동 분석해 기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공고를 선별한다. 이후 AI가 약 16만건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정가격과 최적 투찰가를 분석하고, 낙찰 가능성이 높은 전략을 제시한다. 특히 단순 투찰가 추천에 그치지 않고 실제 공급과 납품 단계까지 연결하는 점이 특징이다. 플랫폼은 벤더 매칭, 전자계약, 공급망관리(SCM) 기능까지 포함해 낙찰 이후의 실행 과정까지 통합 지원한다.

김 대표는 "낙찰 가능성이 높더라도 실제 공급 시 마진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사람이 직접 개입하는 '휴먼 터치' 프로세스도 운영하고 있다"며 "AI 자동화와 실무 전문가 판단을 결합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플랫폼의 효율성도 강조했다. 일반 공공조달 전문 인력이 월 20~30건 수준의 공고를 분석할 수 있는 반면, 조달플러스 AI는 월 150건 이상의 공고를 자동 분석할 수 있다. 분석 시간 역시 수시간이 아닌 수초 이내로 단축됐다. 회사는 현재 플랫폼 낙찰 성공률이 72.8% 수준이라고 밝혔다.

파란은 단순 소프트웨어 기업을 넘어 공공조달 전문 인력 생태계까지 함께 구축하고 있다. 회사는 자체 AI 교육 플랫폼 '문답넷'을 통해 공공조달관리사 시험 준비와 실무 교육을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 AI 튜터 '조다리'를 기반으로 24시간 학습이 가능한 구조를 구축했으며, 향후 현장 실무자 취업 연계까지 연결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이를 "정부 예산을 흡수하면서 플랫폼 플레이어를 무한 공급하는 듀얼 엔진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실무 인력이 늘어날수록 데이터가 축적되고, 축적된 데이터는 다시 AI 성능 고도화로 이어지는 플라이휠 구조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기술 진입 장벽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파란은 AI 예정가격 산출 알고리즘, 투찰가 결정 엔진, 벤더 다이렉트 매칭, 전자계약 및 SCM 시스템 등 공공조달 실행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특허를 확보했다.

김 대표는 "단순 기능 특허가 아니라 공공조달 실행 프로세스 전체를 보호하는 비즈니스 장벽"이라며 "경쟁사가 자본으로 진입하더라도 동일한 프로세스를 쉽게 복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 검증도 상당 부분 이뤄졌다. 회사는 2024~2025년 기준 누적 약 1941억원 규모의 낙찰 실적을 기록했으며, 현재까지 약 170개 회원사가 플랫폼을 이용해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올해는 낙찰 규모 2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회원사는 200여 개 수준이다.

회사는 향후 회원사 확대를 통해 성장 속도를 더 높일 계획이다. 올해 500개 회원사를 시작으로, 2028~2030년에는 수천 개 규모의 회원사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회원 수 증가와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를 기반으로 한 J커브 성장 구조를 제시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아날로그 수준에 머물렀던 공공조달 시장이 이제 AI 기반 인텔리전스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파란은 공공조달 시장의 새로운 운영체제(OS)를 만드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신경계 만든다"…더블커런트, 초소형 서보모터 드라이버로 피지컬 AI 시장 정조준

휴머노이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로봇 움직임을 정밀 제어하는 핵심 부품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로봇의 관절과 액추에이터가 '근육'이라면, 이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서보 모터 드라이버는 인간의 '신경계'에 해당한다. 국내 스타트업 더블커런트는 바로 이 영역에서 차세대 로봇 구동 기술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더블커런트는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 로봇용 초소형 고성능 서보 모터 드라이버를 개발한다. 로보티즈, 휴림로봇, 하이젠알앤엠 등 국내 주요 로봇 기업 출신 개발진이 모여 설립했다.

전용희 더블커런트 대표는 "현재 휴머노이드 시장은 기존 산업용 로봇 중심 부품 구조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단계"라며 "더 빠른 응답성, 더 작은 크기, 더 긴 배터리 사용시간이 동시에 요구된다"고 말했다.

실제 휴머노이드 한 대엔 약 40개 이상의 액추에이터가 사용된다. 액추에이터는 로봇 움직임을 담당하는 핵심 장치로 전체 원가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서보 모터 드라이버는 모터를 정밀하게 제어하며 로봇의 움직임과 반응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다.

기존 산업용 서보 모터 드라이버는 응답 속도가 느리고 발열이 크며, 배터리 효율과 소형화 측면에서도 제약이 많다. 특히 휴머노이드처럼 인간과 유사한 움직임이 필요한 환경에서는 이런 한계가 더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자료=더블커런트
자료=더블커런트

더블커런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차세대 전력반도체인 질화갈륨(GaN)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구조의 서보 모터 드라이버를 개발하고 있다. 단순히 반도체만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펌웨어, 하드웨어 구조, 제어 알고리즘까지 제품 전체를 새롭게 설계하는 방식이다.

더블커런트는 자체 기술 전략을 '3성2화'로 정의한다. 응답성·수명성·효율성을 높이고, 소형화·지능화를 구현하겠다는 의미다. 회사는 이를 통해 휴머노이드가 외부 충격에 대응하고, 장시간 연속 운행하며, 스스로 이상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드라이버는 기존 대비 응답성을 2배 이상 향상시키고, 배터리 사용 시간을 약 10% 늘리는 동시에 제품 크기를 38%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자가진단(PHM) 기능을 탑재해 로봇 관절의 이상 상태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도록 설계 중이다.

현재 회사는 두 가지 제품 라인업을 중심으로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DC-drive Archer'는 연구개발(R&D)과 범용 로봇 개발에 즉시 적용 가능한 범용 제품군이며, 'DC-drive Hunter'는 휴머노이드 양산 단계에 적용되는 고객 맞춤형 제품군이다. 회사는 향후 액추에이터 모듈과 바디 파츠 영역까지 사업을 확대해 단순 드라이버 기업이 아니라 종합 로봇 부품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더블커런트는 현재 휴머노이드 시장 초기 단계에서 고객사와 함께 제품을 공동 개발하는 'Design-in'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로봇 제조사의 초기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제품 구조에 최적화된 드라이버를 제공함으로써 장기적인 공급망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 전망도 밝다. 회사는 2035년 기준 글로벌 휴머노이드 서보 모터 드라이버 시장 규모를 약 5조5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액추에이터와 바디모듈 시장까지 포함하면 전체 시장 규모는 55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더블커런트는 올 하반기부터 PoC(기술검증)와 범용 제품 양산에 들어가고, 이후 글로벌 시장 진출용 제품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더블커런트에 따르면 이미 복수의 국내 휴머노이드 기업과 커스터마이징 논의를 진행 중이다. AI 반도체 냉각 시스템 기업, 엔코더 기업, 대학 연구진 등과 협업하며 차세대 피지컬 AI 구동 플랫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테슬라 옵티머스 관절용 서보 모터 드라이버 개발 경험을 가진 신상훈 한양대 교수와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 기술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전 대표는 "아직 휴머노이드 시장에는 절대 강자가 없다"며 "현재 시장에서 빠르게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국내 로봇 기업들과 함께 피지컬 AI 시대의 표준 구동 플랫폼을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330만 K브랜드와 3100만 글로벌 이커머스를 연결…크로스컴바인, AI 기반 글로벌 B2B 수출 플랫폼 구축

"K-뷰티와 K-콘텐츠를 해외에서 사고 싶어 하는 기업은 넘쳐나는 데, 정작 한국 브랜드들이 연결되는 채널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크로스컴바인은 현재 글로벌 커머스 시장의 문제를 이렇게 정의했다. 크로스컴바인은 국내 중소·인디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자동화하는 글로벌 B2B(기업 간 거래) 수출 플랫폼 기업이다. 회사의 목표는 전 세계 3100만개에 달하는 글로벌 B2B(기업 간 거래) 이커머스 채널과 국내 330만 K브랜드를 빠르게 연결하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해외 바이어를 연결해주는 단순 유통사가 아니라, IT 기반의 글로벌 수출 운영체제를 만들고 있다"며 "쿠팡이 국내 셀러와 소비자를 연결했다면, 크로스컴바인은 전 세계 B2B 커머스와 K브랜드를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는 3100만개 이상의 B2B 이커머스 채널이 존재하지만, 국내 브랜드사들이 실제 활용하는 채널은 8개 수준에 불과하다. 해외 진출 과정도 복잡하다. 브랜드가 직접 해외에 진출하려면 평균 8개월 이상의 시간과 약 1억5000만원의 초기 비용이 필요하며, 한 건의 수출 거래를 처리하기 위해 최대 14종 이상의 무역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제품 경쟁력을 갖춘 중소 브랜드들도 실제 해외 시장 진출에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해외 이커머스 기업들 역시 한국 브랜드를 직접 확보하고 운영하는 데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크로스컴바인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 플랫폼-투 서비스 프로덕트(One Platform-Two Service Products)'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핵심은 하나의 데이터 플랫폼 위에서 두 개의 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하는 구조다.

우선 국내 판매자를 위한 '글로벌 운영체제(Global OS)'를 제공한다. 이는 K브랜드가 해외 이커머스에 상품을 등록하고 수출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글로벌 수출 운영 플랫폼이다. 여기에 해외 이커머스 기업을 위한 'GCMS(Global Commerce Management Solution)'를 함께 구축, 해외 바이어가 한국 브랜드 데이터를 직접 탐색하고 공급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회사는 단순 중개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 플랫폼 구조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크로스컴바인은 제조사와의 정식 수출 계약을 통해 확보한 인증·통관·원천 제조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엔진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CFS(자유판매증명서), LOA(위임장), MSDS(물질안전보건자료), COA(성분분석서) 등 국가별 통관과 식약청 등록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가 포함된다. 회사는 이러한 데이터가 단순 무역 서류를 넘어 글로벌 커머스 시장에서 중요한 '진입 장벽'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관계자는 "현재 시장은 단순 소비 데이터나 통관 데이터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실제 어떤 브랜드가 해외에서 성장할 수 있는지 선별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정식 제조 계약을 통해 확보한 원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가별 규제와 판매 흐름까지 AI로 분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크로스컴바인의 플랫폼은 상품 수집부터 번역, AI 상품 등록, 가격 정책 설정, 바이어 매칭, 국가 간 교차 판매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자동화한다. 이를 통해 기존 해외 진출 구조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실제로 기존에는 해외 진출에 평균 8개월이 걸렸지만, 크로스컴바인 플랫폼을 활용하면 3일 이내에 진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초기 비용 역시 1억5000만원 수준에서 월 5만~50만원 수준으로 낮췄고, 무역 행정 서류의 99%를 자동화했다.

크로스컴바인은 단순 거래 수수료 기반 사업 모델을 넘어 사스(Saa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기반 반복 수익 구조도 구축하고 있다. 거래 마진 외에도 월 구독형 API 서비스, 데이터 인텔리전스, ODM·마케팅·풀필먼트 등의 부가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구조다.

특히, 최근 글로벌 커머스 시장이 B2C 중심 구조에서 B2B 기반 크로스보더 거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는 글로벌 크로스보더 커머스 시장 성장률이 최소 28%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 흐름 속에서 한국 브랜드의 글로벌 유통 운영체제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성과도 나오고 있다. 회사는 사업 개시 이후 4개월 만에 누적 실거래액 8억8000만원을 기록했으며, 연간 600개 이상의 브랜드 소싱 풀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향후 글로벌 이머징 국가 150개 이상을 대상으로 현지 이커머스 그룹과의 B2B 독점 계약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단순 상품 판매가 아니라 데이터와 운영 시스템을 함께 제공하는 형태로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전략이다.

크로스컴바인 측은 "우리는 단순히 시장을 연결하는 기업이 아니라 새로운 글로벌 유통 시장을 만드는 기업"이라며 "K브랜드가 더 이상 시간과 비용 문제 때문에 해외 진출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HBM 접착소재 국산화 도전"…코파, 반도체 패키징 '언더필' 시장 정조준

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그 뒤편에서는 반도체 패키징 핵심 소재를 둘러싼 또 다른 경쟁이 진행 중이다. 국내 스타트업 코파는 이 시장에서 '언더필' 국산화에 도전하고 있다.

코파는 쉽게 말해 HBM 적층 공정에서 칩을 보호하고 접착하는 고기능성 에폭시 기반 접착 소재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박기남 코파 대표는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후공정 소재 시장은 일본과 독일 기업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며 "반도체 소재 자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언더필 시장은 일본 나믹스, 독일 헨켈이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 시장 역시 일본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 비중은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다. 이 같은 구조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019년 일본 수출 규제 사태 당시 소재·부품·장비 의존 문제가 부각됐던 것처럼, 핵심 접착 소재 역시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반도체는 첨단 산업의 기반이지만 핵심 소재는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특히 접착 소재 원료 역시 대부분 일본산이어서 공급망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반도체 소재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반도체 업계는 '레퍼런스 산업'으로 불릴 정도로 신뢰성과 실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고객사 검증, 칩 확보, 신뢰성 테스트 등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코파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외 OSAT(반도체패키징) 업체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현재 국내외 OSAT 업체 및 카메라 모듈 업체와 신뢰성 테스트(Qual Test)를 진행 중이며, 수요기업들과 POC협의도 확대하고 있다.

코파의 핵심 기술은 기존 언더필 공정을 혁신적으로 단순화했다는 점이다. 기존 CUF(Capillary Underfill) 공정은 플럭스 도포, 리플로우, 세척, 건조, 언더필 도포, 본경화 등 총 8단계 이상의 공정을 거친다. 반면 코파의 B-Stage형 언더필은 웨이퍼 단계에서 미리 언더필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공정을 4단계까지 줄였다.

기존 공정에서는 플럭스 세척 이후에도 잔류물이 남아 내부 보이드(Void)나 워페이지(Warpage), 박리(Delamination)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기존 방식에선 납땜할 때 쓰는 화학물질(플럭스)을 나중에 씻어내야 하는데, 아무리 잘 씻어도 찌꺼기가 남았다. 이 찌꺼기 때문에 칩 안에 작은 공기 방울이 생기거나, 부품이 휘거나, 층이 벗겨지는 문제가 생겼다. 코파는 플럭스 기능을 언더필 내부에 통합해 별도 세척 공정을 없앴고, 이를 통해 생산 수율과 신뢰성을 동시에 높였다.

특히 40마이크로 이하의 미세 범프 환경에서도 보이드 문제를 줄이는 이중경화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회사는 이 기술이 HBM뿐 아니라 2.5D, 3D 패키징 등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전반에 적용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코파는 가격 경쟁력보다 공정 혁신을 내세우는 점도 특징이다. 언더필 자체 비용은 전체 패키징 비용의 1% 미만 수준이지만, 공정 단순화를 통해 전체 패키징 비용을 약 40%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파는 특히 시뮬레이션 기반 소재 개발 역량을 차별화 포인트로 강조한다. 회사는 글로벌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인 Ansys와 COMSOL을 활용해 열변형, 응력, 보이드 발생 가능성 등을 사전에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실제 고객사 테스트 이전 단계에서 신뢰성 문제를 예측하고 소재 설계에 반영한다. 박 대표는 "국내 반도체 소재 기업 중 이런 수준의 시뮬레이션 역량을 자체적으로 갖춘 곳은 많지 않다"며 "고객사의 시간을 대신해 신뢰성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해외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회사는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을 주요 타깃 시장으로 설정했다. 중국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기존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덜 고착화돼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한국과 미국, 일본은 이미 패키징 라인이 구축돼 있어 소재 변경이 쉽지 않지만 중국은 이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단계"라며 "중국 시장의 표준 소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코파는 향후 글라스 기판용 언더필 시장까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글라스 기판은 AI 반도체 시대 차세대 패키징 핵심 기술로 꼽히며, TSMC와 인텔 등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분야다. 코파 팀은 화학공학, 고분자공학, 기계공학, 신소재공학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박기남 대표는 산업용 접착제 분야에서 약 10년간 경험을 쌓았으며, CTO를 비롯한 핵심 인력들도 접착 소재 및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 장기간 연구개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박 대표는 "HBM과 AI 반도체 시대가 열리면서 패키징 소재의 중요성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코파는 단순 소재 회사가 아니라 한국 반도체 공급망 자립을 이끌 수 있는 기술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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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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