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AI 변호사·AI 로펌' 나오는데…한국은 아직 'AI 사무장'

미국은 'AI 변호사·AI 로펌' 나오는데…한국은 아직 'AI 사무장'

최우영 기자
2026.06.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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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법률서비스 제공하는 리걸테크…변호사법 위반 가능성 높아

법률 업무의 80%를 AI가 담당하니, 수임료는 20%만 받겠다는 모리츠의 광고. /사진=모리츠 홈페이지
법률 업무의 80%를 AI가 담당하니, 수임료는 20%만 받겠다는 모리츠의 광고. /사진=모리츠 홈페이지

지난달 미국에서 창업 1년차 로펌 모리츠(Moritz)가 900만달러(약 124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오픈AI 사내변호사 출신 파미르 에사스가 설립한 이 회사는 변호사를 더 뽑는 대신 법률 업무의 80%를 AI에게 맡기고 사람 변호사는 나머지 20%만 손보겠다는 구상을 내세웠다. 이른바 'AI 네이티브 로펌'이다. AI가 변호사를 돕는 도구로서의 기능을 넘어, 법률 서비스 자체를 생산하겠다는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

보조도구 넘어 '소장' 쓰는 AI
오픈AI 사내 변호사 출신의 파미르 에사스 모리츠 공동창업자 겸 CEO. /사진=파미르 에사스 링크드인
오픈AI 사내 변호사 출신의 파미르 에사스 모리츠 공동창업자 겸 CEO. /사진=파미르 에사스 링크드인

그동안 리걸테크로 일컬어진 법률 분야 AI는 대부분 변호사의 업무를 거들어주는 보조 도구에 머물렀다. 판례검색이나 계약서 검토, 문서 요약 등 단순 반복업무에 들어가는 일손을 줄여주는 식이었다. 미국의 하비, 스웨덴 레고라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AI 도구를 만들어 기성 로펌에 판매하는 전략으로 성장했다.

이런 수준의 리걸테크만 해도 시장 규모가 급성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리서치 인사이트는 전 세계 리걸테크 시장이 올해 965억달러(약 141조원)에서 2035년 1470억달러(약 215조원)까지 매년 27%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리츠는 기존 리걸테크에서 한단계 더 나아갔다. AI가 의뢰 접수와 초안 작성 등 송무 전반을 맡는다. 계약직 변호사 50여명은 AI 업무의 마무리 감수만 담당한다. 대신 AI는 상업·기업·고용 계약처럼 정형화된 업무에 집중하고 송무·이민·세무는 다루지 않는다. 모리츠는 창업 이후 3달 동안 미국·유럽·호주에서 100여개사의 거래를 평균 4시간 만에 처리했다고 밝혔다.

AI 도입 앞서는 국내 대형 로펌들…아직은 '비서' 수준
국내 리걸테크 스타트업 비에이치에스엔이 내놓은 법률 AI 에이전트 '앨리비' 설명. /사진=비에이치에스엔
국내 리걸테크 스타트업 비에이치에스엔이 내놓은 법률 AI 에이전트 '앨리비' 설명. /사진=비에이치에스엔

국내에서도 AI를 도입하려는 로펌들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은 올해 초부터 폐쇄형 법률AI '아이율'을 구축해 사내 서비스 중이다. 내부 데이터베이스에서 근거를 맥락에 맞게 찾는 게 특징이다. 법무법인 세종은 글로벌 업체 하비의 서비스를 도입해 검토 범위가 방대한 해외 자문 업무부터 시범 적용하고 있다. 김앤장은 AI 번역시스템을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 법무법인 화우, 광장 등도 자체 솔루션을 마련했다.

관련 기술을 만드는 스타트업도 빠르게 크고 있다. BHSN은 계약서 리뷰에 특화된 AI '앨리비'를 상용화하고 공공기관용 클라우드 보안인증도 획득했다. 법률 분야 에이전틱AI를 표방하는 '엘박스 AI'는 1600여개 고객사를 확보하고 대검찰청과 정식 계약을 맺는 등 공공 분야에서 주목 받고 있다. 변호사 중개 플랫폼 로톡으로 출발한 로앤컴퍼니 역시 AI서비스 '슈퍼 로이어'를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서비스는 여전히 변호사가 활용할 수 있는 '도구' 수준에 머물러 있다. 모리츠의 사례처럼 변호사 업무 일부를 맡기려는 시도는 법무법인 대륜이 하고 있다. 대륜은 24시간 AI 상담 창구를 열어 기초법률 상담을 제공한다. 이후 실제 변호사 상담시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식이다. 일종의 'AI 사무장'이다.

대륙아주 2년 전 시도 좌초 "당분간 국내서 AI 법률서비스 쉽지 않아"
2024년 3월 20일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대륙아주 사무실에서 열린 ‘하이퍼클로바X 기반 AI 법률 Q&A 서비스 출범’ 업무협약식에서 이재원 넥서스AI 대표(왼쪽), 이규철 대륙아주 대표변호사(가운데),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네이버클라우드
2024년 3월 20일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대륙아주 사무실에서 열린 ‘하이퍼클로바X 기반 AI 법률 Q&A 서비스 출범’ 업무협약식에서 이재원 넥서스AI 대표(왼쪽), 이규철 대륙아주 대표변호사(가운데),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네이버클라우드

국내에서도 AI가 법률 업무 전반을 수행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2024년 3월 리걸테크 스타트업 넥서스AI,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와 함께 AI 법률상담 'AI 대륙아주'를 선보였다. 당시 대한변호사협회는 이 서비스가 변호사법과 광고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고 같은 해 9월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대륙아주는 10월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지만 과태료와 관련 변호사 견책 처분을 피할 수는 없었다.

변협은 '변호사 아닌 자가 변호사 업무로 이익을 분배받는 것'을 금지한 변호사법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AI에 기술을 제공한 스타트업이 사실상 법률 서비스에 관여한다는 논리다. 또 무료 상담을 표방한 점도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으로 봤다. 결국 'AI가 의뢰인을 직접 상대하는' 구조 자체가 현행 제도와 정면으로 부딪힌 셈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사 중개 플랫폼 '로톡'만 해도 변호사법을 위반한 '알선 행위'로 해석돼 변협과 법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전례가 있다"며 "직접적인 AI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걸테크가 당분간 국내에서 법원 판단과 직역 단체의 저항을 뛰어 넘어 사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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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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