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 스토리] 양승우 남도마켓 대표
자체 ND플랫폼 통해 재고관리·주문·B2B거래 등 손쉽게
수기 계산서 익숙한 남대문·동대문 도매시장의 OS 자처
ND페이로 생산자금 지원도… 韓 넘어 글로벌 적극 노크

"남도마켓은 뭐 하는 곳입니까?"
기자의 질문에 양승우 남도마켓 대표(사진)는 휴대폰 속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 60대의 남대문시장 완구 도매상인이 매대를 찍은 모습이었다. 코로나19로 손님이 끊기니 궁여지책으로 물건을 찍어 거래처에 문자로 일일이 뿌리기 위해서였다.
양 대표는 그에게 'ND마켓'을 소개하며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따로 문자를 보내지 않아도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제품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도마켓의 손을 잡고 DX(디지털전환)에 성공한 해당 상인의 점포는 3곳으로 늘었다.
◇아날로그에 머물던 도매시장에 IT를 입혔다=남도마켓은 남대문·동대문 도매시장의 OS(운영체제)를 자처한다. G마켓에서 카테고리 총괄매니저로 이커머스(전자상거래)를 익힌 양 대표는 남대문에서 20년간 도매업을 한 동생을 통해 시장의 사정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그는 "거래규모가 매우 큰데 DX가 전혀 돼 있지 않아 마치 노다지를 찾은 것만 같았다"며 "계산서를 수기로 쓰고 있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남도마켓의 'ND엉클'은 음식점으로 치면 포스(POS·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기다. 재고관리와 판매내역, 주문·송금정산, 세금계산서 발행까지 묶은 도매상용 ERP(전사적자원관리) 프로그램이다. 양 대표는 "일반 이커머스에서도 물건 1000가지를 살 수는 있지만 하나씩 1000번 담아야 한다"며 "ND엉클은 엑셀로 정리한 주문내역을 그대로 긁어서 보내면 발주도 되고 문자연락과 송금까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ND마켓'은 도매상들에게 일종의 '배달의민족'과 같은 역할을 한다. 도매상이 자기 상품을 11만 사업체에 노출하는 B2B(기업간 거래) 마켓플레이스다. 패션업 소매상으로 치면 새벽 2시에 직접 동대문에 나가 발품을 팔거나 별도로 '사입삼촌'(의류사입 대행업자)에게 의뢰하지 않아도 된다. 도매시장에 IT(정보기술)를 입히니 효과는 극적이었다. 상품등록과 검색에 걸린 시간이 평균 540분에서 5분으로, 신상품 생산소요 기간이 30일에서 7일로 줄었다.
◇"남대문·동대문시장 제패…AI 효과 확실"=남도마켓의 임직원은 30명이 채 되지 않지만 매출이 비약적으로 늘고 있다. 업무의 상당부분을 AI(인공지능) 에이전트에 효과적으로 맡기면서 나타난 변화다. 2022년 11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28억원으로 급증했다.
양 대표는 "월간 거래액도 창업 초기 20억원에서 현재 600억원 수준까지 크게 늘었다"며 "경쟁업체들이 대규모 인력과 풀필먼트(물류일괄대행) 투자로 고정비의 늪에 빠질 때 남도마켓은 10분의1 수준의 인력으로 동등한 거래액을 처리한다"고 전했다.
독자들의 PICK!
전국 도매시장의 20만여 도매사업체 중 남도마켓이 확보한 고객은 1만5000여곳, 점유율은 7.7% 수준이다. 대한민국 도매의 핵심인 남대문(55.2%)과 동대문시장(41.4%)으로 범위를 좁히면 압도적인 점유율을 뽐낸다. 다음 목적지는 부산이다.
◇'ND페이' 생산자금 선지급 가능…해외도 공략=도매시장에서 확보한 고객의 정보는 자연스레 금융서비스 'ND페이'로 연결된다. 당초 간편결제와 선정산 등을 처리하던 서비스인데 여기에 생산자금 선지급을 더했다. 시중은행이 도매·소매상인을 개인 신용등급만으로 평가한다면 남도마켓은 매일 쌓이는 거래데이터로 대신한다. 양 대표는 "매일 김밥 10줄 팔다가 100줄로 늘어나는 사장님이 있다면 재료비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은행 대출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는 정보지만 우리는 앞으로 발생할 정산액을 가늠해 미리 지급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도마켓의 공략대상은 한국만이 아니다. 동대문과 남대문시장의 상품이 이미 20여개국으로 수출된다. 이를 받아보는 해외 사업자 회원은 6000여곳이다. 바이어와 벤더뿐 아니라 틱토커와 왕훙(중국 인플루언서) 같은 유통업자들이 한국 상품을 떼어간다. ND엉클 프로그램 자체도 태국·베트남·미국에서 구독형으로 팔린다.
양 대표는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강자들도 현지화 때문에 로컬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며 "현지화에만 성공하면 남도마켓이 해외로 나가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