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투자에서 실패하지? '행동재무학'의 비밀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재채기처럼 '비이성적' 행동은 제어할 수 없는 것일까? 투자와 인간 심리의 흥미로운 세계로 들어가 보자.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재채기처럼 '비이성적' 행동은 제어할 수 없는 것일까? 투자와 인간 심리의 흥미로운 세계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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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8월18일, 프랑스 남부 지중해에 위치한 몬테 카를로(Monte Carlo) 카지노에선 도박 역사상 기록적인 이변이 벌어졌다. 카지노하면 떠오르는 룰렛(roulette)은 검은색과 빨간색 바탕에 0부터 36까지 숫자가 쓰여져 있는 회전판에 공을 떨어뜨려 맞추는 카지노의 대표적인 도박이다. 번호 0을 제외한 1부터 36까지는 홀·짝수에 따라 검은색과 빨간색(0은 녹색)이 균등하게 나눠져 있다. 룰렛에서 공이 검은색과 빨간색 숫자에 떨어질 확률은 동일하다. 회전판을 돌리는 것은 독립(independent) 사건이므로 회전판을 몇 번째 돌리느냐에 상관없다. 이는 동전 던지기에서 앞면이나 뒷면이 나올 확률이 던지는 횟수에 관계없이 동일한 것과 같다. 그런데 1913년 몬테 카를로 카지노에서 매우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룰렛에서 15번째 연속으로 공이 검은색 숫자에 떨어진 것. 그러자 그곳에 있던 도박사들은 룰렛으로 모여들었고 거액의 베팅이 한 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베팅 방향은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었다고?" 70대 중반의 미망인 A씨는 최근 관할 세무서로부터 종합소득 확정신고 안내 통지문을 받고 깜짝 놀랐다. 통지문의 내용은 A씨의 지난해 연간 금융소득(이자 및 배당)이 2000만원을 초과해 올 5월말까지 종합소득 확정신고를 하라는 것이었다. A씨는 무척이나 당황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한번도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게 되면 종합과세가 돼 소득세를 더 내고 또 건강보험료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에 A씨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A씨는 특별한 소득없이 금융자산 전부를 은행에 예치하고 있는 평범한 70대 미망인이다. 주식투자를 직접 해 본 적은 평생에 한번도 없고 그저 은행 PB가 추천한 펀드나 신탁, 예금 등에 분산해서 투자하는 게 전부다. 따라서 A씨의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했다면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PB가 골라준 투자상품들이 너무 많
1968년 시카고 대학의 레이 볼(Ray Ball)과 필 브라운(Phil Brown) 회계학 교수는 회계학 톱 학술지(Journal of Accounting Research)에 재무학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유명한 논문을 발표했다. 내용은 기업이 이익을 공시할 때 발표한 이익이 예상치를 초과하면 주가가 오르고, 반대로 미달하면 주가가 내린다는 것. 이 논문이 재무학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이유는 기업이 발표하는 이익은 회계상 이익일 뿐 재무학자들이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근거로 하는 현금흐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회계상 이익엔 충당금이나 감가상각비과 같은 현금 지출이 수반되지 않는 항목이 포함돼 있고, 다른 회계처리기준(예: 선입선출 vs 후입선출)의 적용에 따라 이익이 다르게 산출되기 때문에 재무학자들은 회계상 이익을 노이즈(noise)라고 본다. 따라서 재무학자들은 노이즈인 회계상 이익이 발표된 후 주가가 요동을 친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그런데 이 논문의 충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
“당신과 나의 차이는, 당신(전통 재무학)은 사람들이 당신처럼 똑똑(smart)하다고 여기지만, 난(행동재무학) 사람들이 나처럼 멍청(dumb)하다고 믿습니다.” 1990년대초에 열린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한 컨퍼런스에서 행동재무학의 거장 리차드 테일러(Richard Thaler) 교수가 전통 재무학자인 로버트 배로(Robert Barro) 교수에게 한 말이다. 아마 행동재무학과 전통 재무학의 차이를 비교하는 말 가운데 가장 유머스런 표현이 아닐까 생각된다. 전통 재무학에선 주식 투자자들은 완벽하게 이성적인 결정을 내리는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라고 가정한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새로운 정보가 주어지면 기대효용이론(expected utility theory)에 따라 최적의 선택을 한다. 기대효용이론이란 인간은 불확실성하에서 기대효용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이론이다. 반면 행동재무학은 주식 투자자들이 감정적이고 실수를 범하기 쉬운 호모 사
“정말로,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쉬우니라.” 성경(the Bible)에는 영생을 얻는 방법을 예수에게 물어 본 한 부자 청년이 예수의 대답을 들은 후 슬퍼하며 떠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예수가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고 나를 따르라”라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예수는 낙타-바늘귀와 부자-천국을 비유하며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말했다. 예수의 비유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현세대에 부자들은 어디에 가장 많을까? 예수가 살던 과거와 달리 현대엔 부자들이주식시장에 많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등 세계 갑부 상위에 오른 이들 대부분 주식 갑부이다. 그렇다면 주식 부자들은 예수의 경고처럼 천국에 들어가지 못할까? 한국 최고의 부자였던 삼성그룹 창업자 고(故) 이병철 회장도 유고 직전 이 말씀을 놓고 고민했다고 잘 알려져 있다. 그래
"70대 한 VIP고객은 위험성에 상관없이 기대수익률이 높은 ELS에만 투자하려는 반면 30대 PB고객 한 분은 2%대의 정기예금만 고집합니다." 최근 만난 은행의 한 PB는 자신이 관리하는 VIP고객들이 대체로 위험에 대해 극과극의 성향을 보이는 통에 적절한 분산투자(주식+예금)를 권해도 이를 따르는 PB고객들이 많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예로 이젠 안정적인 투자 비중을 높여야 함에도 여전히 주식 투자에만 몰빵하는 70대 노인 고객이 있는가 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 투자를 시작해야 함에도 아예 주식엔 눈길도 주지 않는 30대 젊은 고객의 사례를 들었다. 이 은행 PB는 70대 VIP고객은 과거 ELS에 투자해서 좋은 성과를 얻자 투자 위험에 대해선 아예 고민하지 않고 다음엔 더 높은 기대수익률, 더 높은 기대수익률...이런 식으로 수익률만 추구하고 있으며, 반대로 30대 PB고객은 과거 주식투자에서 손해를 입은 탓에 현재는 아예 주식과 담을 쌓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올들어 코스피 시장은 하락했지만, 전 코스닥 주식으로 짭잘한 재미 좀 봤죠.” 올 1분기에 코스피지수는 1.3% 하락했지만 개인 투자자들 가운데 코스닥 주식으로 꽤나 재미를 본 사람들이 많다. 코스닥지수는 올 1분기에만 8.3% 올랐다. 대기업에 다니는 A씨는 올들어 주식투자로 3백만원이 넘는 수익을 거뒀다. 그는 올해 처음 한두번의 주식매매에서 성공을 거둘 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했지만, 거듭되는 주식매매에서 계속 수익을 내자 이제는 주식투자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 급기야 A씨는 지난해 주식투자에서 1천만원 넘게 손실을 본 사실이 까마득한 옛 일처럼 느껴졌다. A씨는 이제 어떤 종목을 언제 사고 팔아야 하는지 나름대로 ‘감’을 잡았다고 속으로 확신하고 있다. 특히 매매를 거듭해도 손해를 보지 않고 계속 수익을 얻자, 이젠 자신의 능력에 대해 굳은 확신을 갖게 됐다. 그런데 행동재무학은 A씨와 같이 한동안 주식투자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이후 지속적인 성공을 유지하지 못하고 결국
주식시장이 효율적(efficient)이라는 주장을 반박하는 여러 증거들 가운데 하나로 캘린더 이상 현상(calendar anomalies)이 있다. ‘1월 효과’(January effect), ‘월말 효과’(Turn-of-the-Month effect), ‘XXX5년 규칙’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 XXX5년 규칙이란 12개 종목으로 구성된 미국 다우지수가 시작된 1885년을 기점으로 그 이후에 5로 끝나는 연도(예: 1895년, 1905년, 1915년 등)엔 다우지수가 절대 하락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말한다. 하지만 XXX5년 규칙은 현재와 같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Dow Jones Industrial Average)가 시작된 1896년 이후부터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그 이전엔 여러 산업의 평균 지수가 아닌 주로 철도 종목 위주의 단일 지수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1885년부터 다우지수는 5로 끝나는 연도에 한번도 하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오늘날의 다우지수가 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Tiger Woods)는 7일 월드골프참피언십(WGC) 캐딜락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무려 28미터에 달하는 버디(birdie) 퍼트를 성공시켰다." 골프 경력 20년 차인 한 모씨는 지난 주말 세계 랭킹 1위인 타이거 우즈가 PGA 투어에서 28미터나 되는 퍼트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역시 골프황제야'라며 감탄을 연발했다. '그렇게 넣기 어렵다는 버디 퍼트를 그 먼 거리에서 넣다니...' 타이거 우즈의 28미터 버디 퍼트 성공 소식에 놀라는 사람은 한 모씨뿐만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주말 골퍼들은 그린에 볼을 잘 올려 놓고도 퍼팅에 자신없어 볼이 짧아지기 일수다. 특히 용케 버디 찬스를 잡아 놓고도 퍼팅이 겁나 소위 그냥 파(par)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괜히 욕심내서 버디를 노렸다가 파도 못 건지게 되는 낭패를 겪게 되면 그 충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한 모씨와 골프 라운딩을 종종 같이 하는 홍 모씨는 퍼팅에 남달리 강하다. 특히 내기
대기업에 다니는 50대男 홍 이사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투자한 종목의 주가를 체크한다. 스마트폰 덕분에 실시간 주가시세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홍 이사에겐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모른다. 게다가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주식매매도 가능하니 언제 어디서든지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홍 이사는 속으로 ‘스마트폰이 없었을 땐 어떻게 주식투자를 했나’라고 과거를 떠올리며 씁쓸하게 웃기도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홍 이사의 요즘 주가 성적표는 스마트폰이 없었던 과거에 비해 훨씬 나빠졌다. 이 점을 홍 이사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예전보다 더 많이 실시간 뉴스를 접하고 주가시세도 확인하며 대응 매매도 빠른데...뭐가 잘못된 걸까?’ 이런 의문이 들 때마다 홍 이사는 더 자주 스마트폰으로 뉴스와 주가시세를 확인한다. 아마도 주식을 좀 한다는 사람들은 대체로 홍 이사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심지서 월가의 펀드매니저들 가운데서도 자신이 운용하는 포트폴리오
“삼성전자 목표주가 190만원(KTB증권), 180만원(우리투자증권), 165만원(대우증권)...” “현대차 목표주가 35만원(키움증권), 30만원(우리투자증권), 25.4만원(한화증권)...” 주식 투자자라면 누구나 자신이 투자한 종목의 목표주가(target price)를 늘 염두에 두고 있다. 현 주가에 비해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가 상당히 높다는 점도 분명 그 종목에 끌리게 된 이유 중의 하나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행동재무학에서 보면 목표주가는 (15%라는 가격제한폭과 마찬가지로) 비이성적 투자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우선 목표주가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잠깐 살펴보자. 목표주가는 여러 가능한 미래 예상주가를 평균한 값이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의 미래 예상주가가 3가지 시나리오별로 달라진다고 보고 최상(best), 보통(normal), 그리고 최악(worst)일 때 각각 250만원, 150만원, 100만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각각의 시나리오가 일어날 확률을
"구매 제한이 있으면 사람들은 (필요이상으로) 과다 구매한다." 브라이언 완싱크(Brian Wansink) 코넬(Cornell) 대학 마케팅 교수는 그의 베스트셀러 『나는 왜 과식하는가(Mindless Eating)』에서 사람들의 비이성적 소비행동(consumer behavior)과 식습관(eating habit)을 인간의 심리 측면에서 매우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한 예로, 마트에서 식료품 구매 수량에 제한을 두면 필요이상으로 더 많이 구매하게 된다는 것이다. 완싱크 교수는 근거없는 숫자(=구매수량 제한)에 영향 받아 사람들이 비이성적으로 사재기에 나서는 모습을 다음과 같은 실험을 통해 보여줬다. 그는 한 마트에서 평소 1천원이던 스프 통조림 한통을 900원으로 할인하는 행사를 벌였다. 그리고 이 할인행사에 ▷구매수량에 제한을 두지 않을 때, ▷최대 4통의 구매 제한을 둘 때, ▷최대 12통의 구매 제한을 둘 때 등으로 구매 수량 제한을 달리하고 각각의 경우 소비자들의 구매행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