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재무학]<54>"주가 자주 볼수록 충동매매, 손실만 키워”

대기업에 다니는 50대男 홍 이사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투자한 종목의 주가를 체크한다. 스마트폰 덕분에 실시간 주가시세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홍 이사에겐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모른다.
게다가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주식매매도 가능하니 언제 어디서든지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홍 이사는 속으로 ‘스마트폰이 없었을 땐 어떻게 주식투자를 했나’라고 과거를 떠올리며 씁쓸하게 웃기도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홍 이사의 요즘 주가 성적표는 스마트폰이 없었던 과거에 비해 훨씬 나빠졌다. 이 점을 홍 이사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예전보다 더 많이 실시간 뉴스를 접하고 주가시세도 확인하며 대응 매매도 빠른데...뭐가 잘못된 걸까?’ 이런 의문이 들 때마다 홍 이사는 더 자주 스마트폰으로 뉴스와 주가시세를 확인한다.
아마도 주식을 좀 한다는 사람들은 대체로 홍 이사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심지서 월가의 펀드매니저들 가운데서도 자신이 운용하는 포트폴리오의 등락을 매분 매초마다 들여다보며 체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컬럼비아대학(Columbia University)의 초빙교수이자 헤지펀드 매니저로 가치투자를 강조하는 조엘 그린블라트(Joel Greenblatt)는 그의 책 『The Little Book that Beats the Market』에서 이런 월가 펀드매니저의 행위를 주식투자에 있어 가장 파괴적인(destructive) 행위라고 비난한다.
그는 가치투자에 근거해 투자를 결정했으면 긴 안목으로 주가가 오르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매일, 아니 초단위로 자신이 투자한 주식의 주가시세를 들여다보는 건 결코 이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단기 주가 하락으로 손실이 나는 걸 몇 일이나(혹은 몇 달이나) 참고 지켜볼 수 있는 배짱과 끈기가 보통 사람에겐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보스턴에 위치한 사모투자펀드인 바우포스트 그룹(Baupost Group)의 창업자이자 억만장자인 세스 클라만(Seth Klarman)도 “새로운 기술이 개발돼 내가 운용하는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해도, 난 그걸 보지 않겠다”며 “매시간 포트폴리오를 확인하다 보면 장기 투자목적에 상반되는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그린블라트와 똑같은 견해를 밝히고 있다.
실제로 여러 재무학 연구는 자신이 투자한 주식을 더 자주 확인할수록 더 잦은 매매를 하게 되고(Jornal of Finance, 2005), 더 빈번히 매매를 할수록 더 큰 손실을 입는다(Journal of Finance, 2000)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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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실험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결과가 많다. 한 예로 사람들은 음식에 자주 노출될 수록 많이 먹게 된다는 재밌는 실험이 있다. 브라이언 완싱크(Brian Wansink) 코넬(Cornell) 대학 마케팅 교수는 초콜릿을 가득 담은 접시를 사무실 책상 곳곳에 올려놓고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했다.
재밌게도 사람들은 초콜릿 접시가 손에 가까운 곳에 놓여 있을 경우 몇 걸음 멀리 떨어져 있을 때보다 평균 3배나 초콜릿을 많이 집어 먹었다.
위의 재무학 연구나 식습관 실험 모두 사람들은 정보(주가나 음식)에 자주 접할수록 이를 적절히 조절하기 보다는 충동적으로 대응하기 쉬움을 보여준다. 식습관적으로 사람들은 음식이 가까운 데에 있을수록 과식할 경향이 높고 그러다보면 비만이라는 결과가 초래될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과식의 유혹을 떨치려면 음식을 가급적 멀리(?)해야 한다.
주식시장에선 투자자들이 자신이 투자한 주식의 주가시세를 자꾸 들여다볼수록 충동매매의 유혹에 빠지기 쉽고 그러다보면 단기 주가 변동으로 인해(=잘못된 매매 타이밍을 선택하게 되어) 오히려 큰 손실을 입게 될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충동 매매의 유혹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투자한 종목의 시세를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하는 습관을 버려야 된다.
결국 홍 이사가 스마트폰에 중독돼 더 자주 뉴스를 체크하고 주가시세를 확인하며 실시간 대응 매매를 하는 요즘 주가성적표가 더 나빠진 것 하등 이상한 게 아니다.
많은 주식투자자들이 홍 이사와 같이 매일매일의 투자성과를 추구하며 분단위, 초단위로 주가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그런데 자주 주식을 들여다볼수록 오히려 스스로 투자가치를 훼손시키는 자멸하는(self-defeating) 쪽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