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계속 올랐으니 이젠 떨어지겠지”

“주가 계속 올랐으니 이젠 떨어지겠지”

미래연구소 강상규 소장
2014.06.01 10:00

[행동재무학]<63>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김현정 디자이너
/그림=김현정 디자이너

1913년 8월18일, 프랑스 남부 지중해에 위치한 몬테 카를로(Monte Carlo) 카지노에선 도박 역사상 기록적인 이변이 벌어졌다.

카지노하면 떠오르는 룰렛(roulette)은 검은색과 빨간색 바탕에 0부터 36까지 숫자가 쓰여져 있는 회전판에 공을 떨어뜨려 맞추는 카지노의 대표적인 도박이다. 번호 0을 제외한 1부터 36까지는 홀·짝수에 따라 검은색과 빨간색(0은 녹색)이 균등하게 나눠져 있다.

룰렛에서 공이 검은색과 빨간색 숫자에 떨어질 확률은 동일하다. 회전판을 돌리는 것은 독립(independent) 사건이므로 회전판을 몇 번째 돌리느냐에 상관없다. 이는 동전 던지기에서 앞면이나 뒷면이 나올 확률이 던지는 횟수에 관계없이 동일한 것과 같다.

그런데 1913년 몬테 카를로 카지노에서 매우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룰렛에서 15번째 연속으로 공이 검은색 숫자에 떨어진 것. 그러자 그곳에 있던 도박사들은 룰렛으로 모여들었고 거액의 베팅이 한 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베팅 방향은 당연히 빨간색 숫자. 모두들 이제는 공이 빨간색 숫자에 떨어질 차례라고 믿었다.

도박사들이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룰렛에서 공이 검은색과 빨간색 숫자에 떨어질 확률이 동일한데 15번 연속 검은색이 나왔으니 틀림없이 이변이고 이제는 빨간색이 나와야만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룰렛을 몇 번 돌리느냐에 상관없이 검은색과 빨간색에 떨어질 확률은 동일하다. 아무리 15번째 연속 검은색 숫자가 나왔더라도 16번째 회전에서 검은색이 나올 확률과 빨간색이 나올 확률은 동일하다. 따라서 도박사들이 이젠 빨간색 숫자가 나올 차례라고 믿는 것은 잘못된 논리이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16번째 룰렛에도 또 검은색 숫자가 나왔다. 도박사들의 패배.

그러자 17번째 룰렛에는 더 많은 도박사와 더 많은 베팅 금액이 빨간색 숫자에 몰렸다. ‘이젠 정말 빨간색 숫자 차례다’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결과는 또 검은색 숫자!

18번째 룰렛에선 베팅 금액은 두배로 커졌다. 하지만 또 검은색 숫자가 나왔고 이후 25번째 룰렛이 돌아갈 때까지 공은 계속해서 검은색 숫자에만 떨어졌다.

이러는 동안 도박사들은 ‘이번에 정말 빨간색이 나올 차례야’라며 계속 베팅 금액을 올려가며 룰렛에 참가했지만 결국 막대한 손실만 안게 됐다. 이후 이 사건을몬테 카를로의 오류(the Monte Carlo fallacy)혹은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라 부르게 됐다.

도박사의 오류는 룰렛 뿐만 아니라 ‘파친코’로 불리는 슬롯머신 도박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카지노를 즐겨 가는 사람 가운데 몇 시간째 꼼짝 않고 한 슬롯머신에만 붙어 있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슬롯머신에서 몇 시간째 아무런 당첨이 없었다면 더더군다나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 몇 시간째 당첨이 없었다면 ‘이제는 당첨될 차례’라고 믿기 때문.

그러나 동전 던지기와 마찬가지로 슬롯머신도 매 슬롯을 당길 때마다 당첨 확률이 똑같도록 프로그램돼 있다. 즉 몇 시간째 당첨이 없었다고 당첨될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도 아니고 계속 슬롯을 당긴다고 당첨이 당연히 오지도 않는다.

이런 도박사의 오류는 카지노에서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주가가 계속 올랐으니 이젠 떨어질 차례야’라든지, 반대로 ‘주가가 계속 떨어졌으니 이젠 반등할 차례지’라고 믿고 주식을 팔거나 사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이는 1913년 몬테 카를로 카지노에서 도박사들이 ‘검은색이 연속해서 나왔으니 이젠 빨간색이 나올 차례야’라고 믿고 빨간색에 베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몇 시간째 한 슬롯머신에 붙어서 ‘계속 꽝이었으니 이젠 당첨될 거야’라며 다시 슬롯을 당기는 것과 똑같다.

주가를 오르고 내리게 하는 개별 위험(individual risk)이나 시장 위험(market risk)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저 주가가 계속 올랐으니(내렸으니) 이젠 반대로 떨어질(오를) 거라고 판단하는 건 명백한 잘못이다. 몬테 카를로에서 도박사들이 이런 착각으로 엄청난 돈을 날려 버렸듯이 주식시장에서도 잘못된 믿음은 쪽박을 차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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