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생각은 11~12부처 통폐합…절충시 작은정부 원칙 훼손
지난 해 사상 유례없는 '전면전'이 벌어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고비마다 '양보의 정치'를 선보였다.
경선 시기와 방법을 둘러싼 갈등으로 경선 자체가 파행할 위기를 빚던 지난 3월 이 당선인은 강재섭 대표가 제시한 '중재안(8월 경선 -선거인단 23만명)'을 전격 수용했다. 당시 지지율 1위 후보로서 이른바 '통 큰 정치'를 하겠다는 게 이유였다.
같은 해 5월 경선룰 갈등이 재연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원보다는 일반국민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던 이 당선인은 '국민투표율 하한선 보장' 조항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치적 결단을 통해 다시 '양보의 정치'를 선택한 셈이다.
비슷한 사례는 더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지난 해 11월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박 전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로 추어올렸다. 대선 승리를 위해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선택한 '고육책'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자신의 몸을 한껏 낮추는 '미덕'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이 당선인이 최근의 정부조직 개편안 갈등에선 좀체 '양보의 정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새 정부가 파행 출범할 위기에 처해 있지만 정부조직 개편안 원안을 고수하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다. 양보는커녕 '고집스러움'이 느껴질 정도다.
여야간 협상이 겨우 '접점'을 찾은 지난 14일 밤에는 한나라당 협상팀으로부터 협상 내용을 보고받고는 원점 재검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 폐지, 여성가족부 존치의 '절충안'을 이 당선인이 직접 나서 폐기한 것이다. 또 한 번 이 당선인의 양보를 기대했던 정치권의 기대가 물건너가는 순간이었다.
이 당선인이 이처럼 유독 정부 개편안 원안에만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당선인은 당초 작고 효율적인 정부의 기준으로 부처수가 11~12개 정도인 '이명박 정부'를 구상했다고 한다. 정부 개편 갈등의 핵심으로 떠오른 해수부, 여성부와 통일부 등이 우선 폐지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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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다 타부처로 흡수통합되는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를 포함해 노동부도 개편 대상에 포함됐었다고 한다. 인수위는 그러나 본격 정부 개편 과정에서 현실적인 기능 재조정 결과 13개 부처 편제인 개편안을 이 당선인에게 보고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이 당선인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원안 처리를 고수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통합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해 통일부에다 여성부까지 되살리면 새 정부의 부처수는 모두 15개가 된다.
이 당선인의 본래 생각보다 무려 3~4개부가 늘어나는 셈이다. '작은 정부'의 원칙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새 정부의 밑그림 자체를 바꿔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이 당선인측의 설명이다.
이 당선인의 한 핵심 측근은 "당선인의 원래 생각은 11개 내지 12개 부처로 통폐합해야 효율적인 정부가 완성된다는 것이었다"면서 "인수위가 마련한 원안(13부)도 이 당선인이 결단한 것인데 15개로 늘리자는 것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자존심'도 한 몫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당선인은 예비야당의 정부 개편안 처리 비협조를 '발목잡기'로 규정하고 있다. 처음부터 물러서는 모습을 보일 경우 5년 내내 끌려다닐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더욱 강경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