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활용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가 최근 늘고 있지만 증가분의 80~90%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AI 확산이 이미 심각한 수도권 일자리 집중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AI와 지역 노동시장-지역간 격차 확대 위험과 새로운 기회'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023년 이후 3년간 생성형 AI 고노출 일자리는 24만7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수도권에서 늘어난 일자리는 19만9000명으로 전체의 80.8%를 차지했다. 에이전틱 AI 고노출 직업에서도 2025년 증가한 일자리 10만5000명 가운데 88.3%인 9만3000명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지역별로 생성형 AI 노출도(직무에서 AI를 활용하거나 자동화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는 서울, 세종, 경기, 인천 순으로 높았고 에이전틱 AI도 서울, 세종, 경기, 대전 순으로 높았다. 반면 로봇 등과 결합해 물리적 작업을 수행하는 피지컬 AI는 경북, 전남, 충북, 울산 순으로 높아 비수도권의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컸다.
이 같은 차이는 지역별 산업·직업 구조에서 비롯됐다. 수도권에는 생성형·에이전틱 AI 노출도가 높은 사무직과 판매직, 관리자, 전문가가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비수도권에는 피지컬 AI 노출도가 높은 장치·기계조작, 단순노무, 서비스직이 많이 분포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생성형 AI 노출도가 0.1 높아질수록 취업자 수 증가율이 1.0%포인트 높아지는 관계가 나타났지만 비수도권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계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서비스 기업들이 AI를 당장 노동 대체에 활용하기보다 정보처리 능력을 높여 시장을 확대하거나 직무 일부를 자동화하는 데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수도권에서 고용 증가가 강하게 나타난 것은 AI 활용도와 IT 인적자본의 지역 간 격차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20대는 다른 연령층과 달랐다. 생성형·에이전틱 AI 고노출 직업의 20대 취업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모두 감소했다. 연구진은 대학 교육이 전통적인 지식·정보 축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대학 졸업 직후 청년들이 AI 시대에 요구되는 전문성과 경험을 갖추기 어려운 점을 배경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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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AI 확산으로 지역 격차가 확대되거나 완화될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지식서비스업 종사자의 71.9%, 반도체 제조업 종사자의 74.4%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AI 투자가 숙련 인력이 풍부한 수도권으로 몰리면 생산성과 임금 격차가 확대되고 다시 인재가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식으로 순환될 수 있다. 피지컬 AI가 빠르게 발전할 경우 제조·운수·숙박음식업 비중이 높은 비수도권의 고용 감소가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반대로 AI가 지역 격차를 좁힐 가능성도 있다. AI가 숙련자의 경험 등 '암묵지'를 내재화하면 인재가 한곳에 모일 필요성이 줄어들고, 피지컬 AI 연구개발이 제조 현장에서 이뤄지면서 비수도권 제조업의 지식서비스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인적자본이 부족한 지역의 생산성을 상대적으로 크게 끌어올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연구진은 지역 내 AI 활용 교육을 강화하고 주력 제조업과 연계한 지식서비스·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한편 지역 거점대학을 'AI 허브'로 키우기 위한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