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안 마피아의 시대'(이하 '닥터X')가 이래저래 뜨겁다.
시청률 23.1%(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이하 동일 기준)를 기록하며 인기로는 2, 3년 내 견줄 드라마가 등장할지 궁금했던 '김부장'이 끝난 지 채 반년도 안 돼 6회 만에 시청률 19.5%를 찍으면서 '김부장'의 위상을 위협했다. 높은 시청률로 주목받더니 중반부에 들어서는 광주민주화운동, 의료 파업 등 커다란 사회 이슈들도 다뤄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닥터X'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병원을 하얀 가운 입은 마피아들의 세상으로 보는 드라마다. 사익을 위해 뭉치는 의사들은 윗사람에 대해 무조건 복종하고 불합리한 관행들을 묵인한다. 줄타기에 급급해 불의에 눈 감고 부조리에 동참한다.

환자 돌봄보다는 본인들 성공과 병원 수입에 더 가치를 두는 이 집단에, 해외 오지 의료 봉사활동에서 돌아온 주인공 계수정(김지원 분)이 나타나 '마피아'들과 대적한다. 오직 수술 실력과 환자에 대한 진심으로 문제를 돌파해 나가고 그 과정을 통해 본인의 개인적인 과거 트라우마도 극복해 가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많은 의료 드라마가 나왔지만 '닥터X'는 병원 내부를 가장 부정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여겨진다. 물론 그런 병원 내에도 환자들이 참의사로 생각할 수 있는 인물들이 계수정 외에도 몇몇 있고, 마피아 일원처럼 보이는 의사가 환자를 위한 나름의 고민과 갈등을 하고, 내부 고발 같은 정의로운 행동도 때로는 하기도 해 선악 구분이 극단적이지만은 않다.
의료 수가, 의사 부족, 만성 적자 등 현실적으로 해결책이 마땅치 않은 병원의 구조적 문제들도 다뤄지면서 마피아 같은 의사들의 등장을 부추기는 의료 현실의 한계들도 종종 다뤄진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병원 내부는 악의 기운이 지배한다.
그래서 마피아들에게는 냉정하지만 수술 후 환자 심장 박동을 손으로 꼭 느껴볼 만큼 인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계수정의 존재는 히어로다. '닥터X'는 의료 드라마라기보다는 부조리 조직에 들어온 히어로가 불합리에 대항하는 오피스물 활극 같다.
여기에 광주 민주화 운동 피해자, 부당한 임금 체불로 인한 노사 분쟁의 희생자 등 사회적 담론의 문제들이 환자와 관련해 등장하면서 드라마는 의료의 외연인 사회까지 아울러 의료 내부의 정의 문제를 논한다.
병원 내부를 악의 제국으로 설정하다 보니 의료계의 반발도 그 어느 때보다 도드라진다. 종종 다른 의료 드라마 때도 제기되던 의학적 오류 지적에 더해, 의료 현실에 대한 잘못된 인식 전파, 의료진에 대한 매도 등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의사들이 꽤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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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의사는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방송 심의를 신청했음을 자신의 SNS에 밝히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의사들의 성토가 거세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다 보면 반대급부로 '닥터X'의 드라마적 대척점에 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 시리즈를 생각해 보게 된다.

'슬의생'은 환자를 진심으로 위하면서도 뛰어난 의술 실력을 지닌 의사들의 '훈훈한' 이야기다. 이 드라마에도 병원내의 구조적 의료 현실 문제들이 종종 등장하지만, 주인공들은 이를 개인적인 능력과 선의로 돌파하거나 일시 봉합하고 지나간다.
병원 일 외 사적 인간관계에서도 인간적으로 '아름다운'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이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은 힐링을 얻는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런 '슬의생' 시리즈도 2024년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의료계 집단행동 이후 '의사 미화'라는 부정적 의견들이 많이 증가했다.
의사 파업 이후 방송된 '슬의생'의 스핀오프 시리즈인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의 반응도 이전만 못했다. '슬의생'이 10%대 중반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 이하 동일 기준)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누린 반면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은 최고 시청률 8.1%에 그쳤다. 스핀오프라 원래 시리즈만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반 토막에 가까운 시청률로 '슬의생' 시리즈의 좋았던 기세를 한풀 꺾이게 했음은 분명하다.
의사를 매도하든 미화하든 시청자인 대중 입장에서는 일단 드라마 설정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가야 시청률이라는 수치로 반응한다. '닥터X'가 의료 현실에 대해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의사 입장에서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면 시청자들은 그런 점을 감안하면서 '닥터X'를 감상하고 의료계를 나름의 정리된 관점으로 인식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닥터X' 시청률이 올해 드라마 중 최상위권을 다투는 이유도 의료계는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상당히 의미 있는 수치의 여론이 악당 같은 의사와 마피아 같은 병원에 대항하는 이야기에 '사이다'를 느끼며 환호한다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닥터X'는 그런 점에서 재미와 함께 의미를 갖추고 있다.
최영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