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동산 불씨에 유동성이라는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정부의 내년도 역대 최대 규모 예산안 편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오 시장은 4일 페이스북에 '역대 최대 규모의 확장 재정, 부동산 시장은 포기했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올해보다 무려 93조원 늘어난 초팽창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반도체 호황으로 국세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에 기대 씀씀이부터 대폭 늘린 것"이라며 "정작 국가채무는 1년 만에 106조원 늘어 15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수가 늘어난 만큼 빚을 갚아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빚까지 더 늘려 시중에 돈을 풀겠다는 것"이라며 "지금 우리 경제 상황에서 과연 이것이 맞는 선택이냐"고 반문했다.
오 시장은 확장 재정으로 늘어난 유동성이 물가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무리한 확장 재정은 물가를 다시 자극하고 부동산 시장까지 흔드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며 "실물경제 지표를 면밀히 살펴보면 시중 유동성 비율(M1/M2)과 주택 가격은 뚜렷하게 동행하는 추세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재정정책과 부동산 규제가 서로 모순된다는 지적도 내놨다. 오 시장은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며 세금을 강화하고 대출과 거래를 옥죄어 왔다"며 "한쪽에서는 돈줄을 죄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돈을 쏟아붓는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아울러 "정부가 확장 재정을 통해 풀어놓은 돈이 정부가 원하는 곳에만 머무를 리 없다"며 "유동성이 늘어나면 그만큼 물가와 자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울은 단기간에 수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기 어려운 데다 가격 상승 기대심리까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 시장은 "정부가 부동산 불씨에 유동성이라는 기름을 또다시 붓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이 실패할 조짐을 보이자 재정지출로 경기를 떠받쳐 민심을 달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한쪽에서는 수도꼭지를 잠그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물을 쏟아붓는 정책이 계속된다면 그 고통은 평범한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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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물가와 주거비가 오르고 금리 부담까지 장기화하면 무주택자와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의 가계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민생을 살리겠다며 풀어놓은 돈이 오히려 서민의 삶을 옥죄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국회를 향해 "어느 때보다 엄정하게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해야 한다"며 "선심성·소비성 돈 풀기 예산은 과감히 걷어내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국가채무를 관리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