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가려던 집, 팔자" 5.6억→3억대로...지방 집 잇단 '손절'

"은퇴 후 가려던 집, 팔자" 5.6억→3억대로...지방 집 잇단 '손절'

배규민 기자
2026.10.1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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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그래픽=김다나
서울·지방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그래픽=김다나

#직장인 A씨는 현재 거주하는 수도권 주택 외에 은퇴 후 살 목적으로 지방에 집 한 채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2주택 보유에 따른 각종 규제와 세 부담에 결국 발목이 잡혔다. 은퇴 후 거주하려던 계획을 접고 직전 거래가격보다 20% 낮은 수준에 집을 내놨다.

지방 주택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거래가 뜸한 데다 가격 회복도 더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거래 위축 속에서도 집값이 오르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비거주 주택과 다주택 보유에 따른 세 부담이 커지면 외지인과 임대 목적의 매수 수요까지 줄어 실수요 기반이 약한 지방 주택시장의 부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방 일부 단지에서는 과거 거래가격을 크게 밑도는 매매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거래가격보다 낮은 호가의 매물도 있어 가격 회복을 기대하는 매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 '제주하귀휴먼시아1단지' 전용 84.72㎡는 지난달 4일 4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2024년 4월 13일 거래가격인 5억6900만원보다 1억5900만원(27.9%) 낮다. 현재 저층 매물은 최근 거래가격보다 낮은 3억9500만원으로 호가가 등록돼 있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 주상복합 '더샵명지퍼스트월드2단지' 전용 84.997㎡도 지난달 19일 6억1000만원에 손바뀜했다. 2020년 10월 거래가격인 7억4700만원보다 1억3700만원(18.3%) 낮은 가격이다. 현재 같은 전용면적의 최저 호가는 최근 거래가격보다 6000만원 낮은 5억5000만원이다.

가격 회복이 더딘 가운데 거래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부동산플래닛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만3546건으로 전월보다 20.0% 감소했다. 거래금액도 22조3282억원에서 16조28억원으로 28.3% 줄었다. 세종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거래량이 감소했다. 세종은 전월보다 4.4% 늘었지만 울산은 27.5%, 대구는 16.7% 줄었다.

거래 감소는 전국적으로 나타났지만 가격 흐름은 서울과 지방이 갈렸다. 한국부동산원의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6.68% 올랐지만 지방은 0.20%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제주(-1.26%)와 대구(-0.72%), 충남(-0.55%)은 하락했다.

8월 한 달간도 서울은 0.97% 상승한 반면 지방은 0.03% 오르는 데 머물렀다. 전북(0.23%)과 울산(0.20%), 충북(0.17%) 등은 상승했지만 제주(-0.21%), 충남(-0.11%), 경북(-0.07%), 부산·대구(각 -0.04%) 등이 약세를 보이며 회복세가 지방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회복이 더딘 지방 시장의 경우 비거주 주택과 다주택 보유에 따른 세 부담 변화 충격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역 내 실수요가 부족한 곳은 외지인과 임대 목적의 매수가 거래를 뒷받침하는 만큼 주택 보유 부담이 불어나면 매수 기반이 더욱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비거주 주택과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이어지면서 지방이나 제주에 집을 추가로 보유하려는 수요가 줄고 있다"며 "새로 집을 사기보다 기존에 보유한 주택도 팔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추가 매입을 미루는 수요와 기존 주택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겹치면 매도·매수 간 간극은 더 벌어질 수 있다. 거래까지 시간이 길어지고 매도자의 가격 인하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지방 안에서도 일자리와 인구 유입, 입지와 주택 선호도에 따라 매수세와 가격 회복 속도는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규모가 큰 도시의 입지가 좋은 신축 아파트는 거래가 꾸준하고 가격 회복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투자 수요 유입이 제한적이고 금리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아 지방 전반의 상승으로 확산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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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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