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품권 예약매매로 위장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신종 불법사금융 계약이 무효라는 금융감독원의 판단이 법원에서도 인정됐다. 불법사금융업자가 돈을 갚지 못한 피해자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지만 법원은 금감원의 무효확인서를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금감원은 상품권 예약매매 피해자가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에서 법원이 무효확인서를 증거로 인정해 무죄를 선고한 첫 형사 판결이 확정됐다고 26일 밝혔다. 지난달 29일 선고된 이번 판결은 금감원 무효확인서가 형사재판의 판단 근거로 활용된 최초 사례다.
상품권 예약매매는 상품권 거래를 가장해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변종 불법사금융 수법이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불법사금융업자에게 상품권을 판매하기로 약속하면 업자가 상품권 구매대금 명목으로 돈을 먼저 지급한다. 이후 돈을 빌린 사람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빌린 돈보다 훨씬 높은 금액만큼 상품권을 넘겨야 한다. 겉으로는 상품권 매매계약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고금리 대출인 셈이다.
특히 불법사금융업자들은 약속한 날짜에 상품권을 받지 못하면 돈을 빌린 사람을 상품권 판매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방식으로 채무 상환을 압박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불법사금융업자는 구매대금을 지급했지만 약속한 상품권을 받지 못했다며 피해자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법원은 해당 거래가 상품권 매매를 가장한 소액 대부행위라고 판단했다. 상품권 구매자가 돈을 지급한 것은 판매자에게 속았기 때문이 아니라 높은 이자를 받기 위해 '회수불능 위험을 감수한 것'이라고 봤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이 발급한 무효확인서가 근거로 활용됐다.
앞서 지난 8월10일에는 상품권 예약매매 피해자가 금감원 무효확인서를 첨부해 불법사금융업자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지급명령이 결정되기도 했다. 법원은 상품권 예약매매의 실질이 금전대부라는 점을 전제로 피해자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인정했다.
금감원, 불법대부계약 무효확인서 573건 발급…피해구제 지원 확대
금감원은 지난해 7월 개정 대부업법 시행에 따라 연이자율 60%를 초과하는 초고금리 대부계약 등 반사회적 대부계약의 원금과 이자가 모두 무효라는 점을 확인하는 금융감독원장 명의의 무효확인서를 지난 3월5일부터 발급하고 있다.
이날 기준 발급 건수는 총 573건으로 채무 기준으로는 941건이다. 금감원은 발급한 무효확인서를 피해자에게 전달하고 불법사금융업자에게도 직접 보내 불법추심 중단을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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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효확인서는 지난해 7월22일 이후 체결된 반사회적 대부계약 피해에 대해 발급된다. 신청자는 실제 대출일과 상환일, 대출금액, 상환금액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대화내용이나 입출금내역 등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앞으로 대한법률구조공단과 경찰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피해자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무효확인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무효확인서 발급 검토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전담인력도 충원한다는 계획이다.